<사람이 경쟁력이다>(14)`이공계 우대` 해외사례

1957년 10월, 러시아가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올리자 미국은 충격에 빠졌다. 첨단 과학기술과 항공우주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이후 미국은 이공계 교육의 위기가 올 때마다 대대적인 인력양성 정책을 폈다. 실제 지난 80년대 초·중·고생들이 과학과목을 기피하자 미국국가과학진흥회(AAAS)가 ‘프로젝트2061’을 출범시켰다. 이는 85년 지구에 접근했던 핼리혜성이 다시 돌아올 2061년까지 국가의 과학을 진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이공계 인력 양성정책을 반영하듯 미국에서는 공과대학원 졸업생(엔지니어)이 일반 경영관리자보다 많거나 경영 및 법과대학원 출신 인력들과 동등한 보수를 보장받는다.표1 참조

 프랑스도 인문계 출신 인력의 초임이 1500유로(약 170만원)이지만 이공계 출신은 2500유로(약 280만원)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이공계 출신 인력은 기업체에서 간부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할 정도다. 나폴레옹 시대부터 기술계 장교를 우대하는 전통이 이어지면서 이공계 고급입력을 국가경제의 주역으로 인식,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것이다.

 일본은 경제·경영·이공학부가 협동해 ‘문리종합(文理綜合)’이라는 학제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관련 학과 학생들이 학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과간의 자유로운 수강을 보장한다. 이를 통해 수학과 출신이 금융공학계에 진출하는 등 이공계 인력의 취업 범위를 확장시켰다. 또한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환경 등 주요 분야에서 거점 대학원을 지정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표2 참조

 중국도 ‘학문의 시장화’를 대학교육의 기본전략으로 삼고 기업주도형 산·학연계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고 있다. 특히 대학간 제휴·합병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지난 98년 저장대·항저우대·저장농업대·저장의과대가 합병돼 통합저장대로 출범한 게 좋은 사례다. 통합저장대는 교수를 대규모로 감원하고 총장을 평교수로 복귀시킴으로써 등 기업 못지않은 합병효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중국은 지난 99년부터 과학자 2명을 뽑아 상금 8억원(500만위안) 상당의 ‘과학기술대상’을 수여한다. 이는 중국정부가 주는 상금 중에서 최고액이다.

 핀란드는 산·학협력의 모범답안을 제시하고 있다. 헬싱키 공대학생들은 대부분 일반 기업에 취직한 상태에서 학교와 회사를 오고 가면서 공부한다. 학생들은 회사업무 중에 발생하는 의문점들을 교수들과의 토론을 통해 해결하며 졸업논문도 업무와 관련한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 경제학자인 폴 로머 교수는 “이공계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는 시장원리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표1>미국 직종별 시간당 급여(단위 달러, 자료 미국노동통계국, 2000년 기준)

 전문엔지니어=31.37, 전산전문가=25.75, 변호사·판사=32.35, 경영관리자=27.93

 <표2>일본의 첨단분야별 거점대학원 설립동향

 *IT=츠쿠바대학 시스템정보공학연구과(00년)/와세다대학 국제정보통신연구과 국제정보통신학전공(00년)

 *BT=東北대학 응용생명과학전공(98년)/東京이과대학 생명과학연구과 생명과학전공(97년)

 *NT=東京대학 신영역창성연구과 첨단생명과학전공(98년)/京都대학 농학연구과 응용생명과학전공(97년)

 *환경=츠쿠바대학 생명환경과학연구과 지구환경과학전공 및 생명공존과학전공(00년)/東京대학 신영역창성과학연구과 환경학전공(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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