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시장환경, 호황기였던 99년과 닮은꼴

 ‘99년과 닮은 꼴?’

  최근 빠른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는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시장환경이 1차 호황기로 진입했던 지난 99년과 매우 흡사한 것으로 분석돼 관련 산업계에 밝은 전망을 안겨주고 있다.

 99년과 올해 TFT LCD 시장상황이 유사한 것은 무엇보다 전세계적으로 TFT LCD 수요는 급증하는 데 반해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수급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TFT LCD 시장은 보급형 액정표시장치(STN LCD)와의 가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든 지난 99년초부터 노트북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 수급 불균형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관련업체들이 최대 호황을 구가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TFT LCD가 제조원가 하락으로 음극선관(CRT)과의 가격차가 줄면서 모니터용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동전화·개인휴대단말기(PDA) 등 모바일시장이 빠르게 열리고 있다. 특히 중대형급인 모니터용의 수요 증가는 상대적으로 중소형 제품의 공급 사이드에 악영향을 줌으로써 전반적인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년도에 설비투자가 위축됐다는 점도 99년과 올해가 닮은 부분이다. 세계 LCD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과 한국업체들은 지난 97년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으로 98년에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에는 전세계 정보기술(IT)경기 침체로 LCD업계는 설비투자를 극도로 자제했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 LCD업체들이 향후 세계 TFT LCD 수급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5세대 라인에 대한 신규투자를 지연, 공급 부족을 야기했다.

 그러나, 올해 세계 TFT LCD 시장상황이 지난 99년과는 유사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점은 호황국면이 2년 이상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 99년 당시 호황을 거듭하던 LCD업계는 99년 말 대만이 대량공급체계에 들어가면서 1년간의 호황 사이클을 마감하고 긴 나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는 최대 경쟁국인 대만의 5세대 라인 가동이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 호황국면이 2004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5세대 라인 가동을 준비중인 LG필립스LCD·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상당기간 세계시장을 주도하며 활황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업체들의 라이벌이 대만업체들로 바뀐 것도 99년과 올해의 TFT LCD 시장환경이 다른 점이다. 일본업체들은 장기불황으로 설비투자 경쟁 대열에서 밀리면서 서서히 중대형시장에서 발을 빼는 반면 대만은 후방산업인 모니터부문의 강세를 바탕으로 LCD부문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응용시장이 다변화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문이다.

 전문가들은 “99년 1차 호황 당시에는 노트북용이 TFT LCD 시장을 받쳐 주었지만 지금은 노트북을 비롯해 모니터, TV, 이동전화, 의료·항공 등 소·중·대형을 막론하고 시장이 빠르게 다변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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