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범부처 공동 전산환경 구축에 나선 것은 정책의 가닥을 제대로 잡은 올바른 선택이라고 본다. 부처별로 산재되어 있는 정보시스템의 통합이야 말로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조치로 21세기 새로운 국가운영의 패러다임을 만드는 전자정부 구현의 출발점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보시스템 통합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전자정부 구현 전략보고회의’에서 전자정부 중점 추진과제의 하나로 이 문제가 거론된데 이어 지난해 말 개최된 국회 상임위 및 예결위 보고에서 국가 재난과 재해상황에 대비한 정보시스템 마스터플랜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등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행정자치부·정보통신부·기획예산처 등 전자정부 관련 정부 부처가 오는 2005년까지 범부처 공동 전산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부처별로 산재된 정보시스템 통합에 나서기로 한 것은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다행스런 일이다.
잘 아는 것처럼 세계화·정보화·디지털화 환경 속에서의 경쟁은 그동안의 경쟁과는 달리 보이지 않는 요소가 좌우하게 된다. 분산된 정보시스템의 통합이 시급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 정보화 투자가 연평균 22% 이상씩 늘어나고, 정보시스템이 확대되면서 지속적으로 인력을 늘려야 하는 등 양적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실제로 전체 국가 재정 규모에서 정보화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97년 0.99%에서 2001년에는 1.4%로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정보시스템을 운용하는 95개 주요 정부기관의 정보화 인력 비율이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체 공무원의 6.6% 수준을 넘어섰을 정도다.
그러나 정부의 구상대로 범정부적 정보시스템 환경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BPR(혁신방안)와 ISP(상세설계)가 마련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2005년까지 범정부 차원의 통합 정보시스템 환경 및 운영체계가 구축되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전자정부 운영의 효율성 및 서비스 품질 제고는 물론이고 정보화 예산의 투자 효율성 및 업무생산성 제고, 정보화 표준 및 상호운용성 확보를 통한 정보 공동활용 활성화, 국가정보시스템의 생존성 향상, 정보화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가 정보시스템간 상호연계 및 정보 공동활용을 위한 서비스기반, 해킹·바이러스 등 사이버 테러, 자연재난 등 물리적인 침해로부터 국가 정보시스템 보호할 수 있는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하다.
각 기관의 정보시스템 현황 및 문제점을 철저히 분석, 급변하는 국가 정보화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운영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전자정부 구현은 국민과 기업에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행정의 생산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드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실천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또 새로운 환경 및 운용체계로의 이행을 위한 단계별 추진 전략 수립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 같다.
정보시스템 환경개혁을 통해 국가정보시스템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재난복구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가적인 경영 연속성(BCP)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정부 구상이 차질없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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