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기업과 소비자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기획실장 윤영화 ocap@ocap.or.kr



　시중에 유통되는 각종 상품에 대해 소비자단체 및 소보원의 시험 결과나 조사 내용을 접하다 보면 점점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상품이 없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실제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상품이 당장은 별 문제가 없어도 5년이나 10년 후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정보와 대비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소비자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간에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가정아래 약자의 입장인 소비자를 보호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왔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을 중심으로 한 정부내 소비자보호기관과 각종 민간 소비자보호기구들은 그동안 기업이 생산하는 제조물과 용역·서비스 상품 등에 대해 끊임없이 감시하고 이에 대한 비판과 질책을 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나타나는 소비자 관련 문제는 양상이 다르다.

　과거 소비자 운동의 목표가 기업의 비양심적인 경영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면 지금은 기업의 도덕성을 넘어선 문제까지 거론되는 것이다.

　즉 기업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들은 기존 체제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양심적으로 생산한 상품까지 잠재적으로 소비자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의 기술과 지식으로는 이에 대한 규명은커녕 인식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환경문제, 유전자 변형 문제, 세계화에 따른 사회 변화 문제, 고령화 사회가 수반하는 문제 그리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자관련 법규 강화에 따르는 문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하나가 발생하면 또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켜 결국 국제적인 혼란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다양한 소비자 문제 중 단지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쪽으로 편향됐던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기업이 소비자 피해 등 소비자 관련 문제에 대해 예방보다는 사후 대책, 그것도 정부나 소비자 단체의 변화에 대한 대응 부문에 중점을 두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기업들이 상당 기간 이제까지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소비자 문제로 인해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곤란한 지경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야 할 것은 개별적인 소비자 이슈에 대해 하나씩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와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생 가능한 문제를 동시에 살펴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다.

　특히 정부보다 앞서 기업 스스로 현재와 미래 사회에 불거질 수 있는 각종 소비자 문제를 집중 점검하고 이에 대한 자구책을 수립하는 경영활동을 해야 할 시기다.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소비자 문제들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이 상품화시킨 재화와 용역에 대해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시장에 내놓는다면 시대 흐름에 따라 이슈가 되는 각종 소비자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결국 도산하게 될 것이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제조물책임법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지도 모른다.

　기업 입장에서 소비자 보호와 고객만족 추구는 기본이다. 소비자 문제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않고 충분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 나가는 것 역시 기본이다.

　여러 분야에서 부딪히게 되는 소비자 문제를 경영활동의 장벽으로 여길 것인가 아니면 기업활동과 함께 굴러가야 할 한쪽 수레바퀴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경영자의 인식에 달려있기도 하다.

　미래시장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보여주는 기업, 세계인을 소비자로 여기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 이제는 소비자 문제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