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물살 타는 한·일 `자유무역협정`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 郞)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일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22일 개최된 양국 정상회담에서 전자무역 표준화, IT인프라 정비, 지적소유권 문제를 논의하게 될 연구회 구성에 합의하는 등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 진행해 왔던 FTA를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FTA에서 소외될 경우 차별화된 관세, 수입규제 조치, 기타 비관세장벽 등 막대한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입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일이다.

 우리를 더욱 고무시키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 FDA를 체결할 경우 인구 약 1억7000만명에 국내총생산(GDP)이 5조달러에 이르는 경제블록을 형성하는 등 아시아 경제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한일 FTA로 양국이 관세 및 비관세장벽을 허물 경우 우리나라가 얻게 될 이득은 중장기적으로 4억달러에서 많게는 11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또 우리나라의 GDP는 지금보다 1.1∼3.9% 상승하고 대일 무역수지적자도 64억달러에서 많게는 89억달러 정도가 개선된다니 기대가 크다. 뿐만 아니라 물밑에서 논의되고 있는 한-중-일 3국을 묶는 경제블록화가 탄력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 국제경제질서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점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FTA를 갖지 않은 유일한 국가(최근 가입한 중국 제외)다. 전세계적으로 172개의 FTA가 체결되고 68개의 신규 협정이 추진되는데도 불구하고 세계 13번째 무역국인 우리나라가 아직 한건의 FTA 체결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보호무역주의 파고가 높아지는 등 주변국과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무역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FTA 체결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집단이기주의와 탁상행정이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지난 98년부터 양국 경제계와 민간학자들이 꾸준히 제기해 왔던 한·일간 FTA를 정부 차원에서 다루지 못한 것도 따지고 보면 한국은 일본의 석유화학제품이, 일본은 한국의 농수산물이 무관세로 들어오는 데 대한 반발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사실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을 허물고 양국 경제를 블록화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FTA가 모든 경제주체들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전기·전자업종만 하더라도 초고속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업종은 혜택을 입게 되나 중소업체가 대부분인 부품·소재업종의 경우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부품·소재 등 자본재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 확대로 대일 산업의존 및 무역역조라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계기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먼저 FTA가 주는 것과 받는 것이 다른 국가간 거래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아울러 피해업종에 대한 상대적인 보상책 마련도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한일간 FTA를 종합적인 FTA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기 위해 차제에 정부가 주도하는 산·관·학 대책기구는 물론 정부 유관부처가 망라된 종합대책반을 구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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