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업체(SO)와 프로그램공급업체(PP)간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마감 시한을 넘겼지만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케이블방송이 출범한 이래 이번처럼 SO와 PP들이 개별적으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처음이어서 계약과정에서 여러가지 잡음도 끊이질 않고 있다.
채널편성권을 가진 SO는 강자의 입장에서 계약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채널권 확보가 시급한 PP들은 단가는커녕 덤핑계약이나 프리미엄까지 얹어주면서까지 채널 확보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이처럼 계약 금액을 두고 벌이는 채널권 경쟁은 어느 측면에서 보면 자유시장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자유시장의 원리로 이해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몇몇 SO에 투자하고 있는 거대 PP들이 경쟁 PP에 대한 송출중단 결정을 내려 SO와 PP간 갈등이 아니라 대기업 계열의 PP나 복수PP들과 중소PP나 신규PP간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결과가 눈에 보이는 싸움이다. 시장의 원리에만 두고 보기엔 국내 케이블방송의 앞날에 걱정이 앞선다. 채널은 한정돼 있는 데 반해 PP들은 크게 늘어 정글의 법칙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시장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오히려 공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과당경쟁과 불공정거래 행위로 인해 케이블방송 시장의 질서가 혼탁해지고 결과적으로 시장 자체도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 디지털방송이 개국하면서 가입자의 유출방지와 지상파방송 및 위성방송에 이은 디지털화도 케이블방송의 당면과제다. 이 시점에서 SO의 지나친 요구조건과 PP들의 과열경쟁은 국내 케이블 방송을 공멸의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 자명하다.
시청자를 먼저 생각하는 SO와 PP들의 자성도 중요하지만 정책적 차원에서의 원천적인 구조개선이 더욱 시급한 때다. 공정거래를 위반하는 단체계약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의 논리에 근거해 시행한 개별계약이라면 잡음을 없애고 케이블방송이 공생할 수 있도록 공정한 가이드라인과 더불어 법적 강제력도 필요할 듯 싶다.
<문화산업부·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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