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을 닮아가면서 불거질 문제점 중의 하나는 로봇이 점차 기계답지 않은(인간적인)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는 점이다. 보통 산업용 로봇이라면 간혹 엉뚱한 부품을 조립하거나 로봇팔이 반대로 돌아 작업자를 후려치더라도 실수에 따른 책임소재가 명확하다. 기계적 고장의 원인을 규명하고 로봇제조회사나 현장관리자가 책임을 지면 된다.
그러나 독자적인 학습, 판단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이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면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매우 복잡해진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서 자아를 갖춘 로봇이 등장한다 해도 로봇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책임을 지진 못한다. 예컨대 바닥청소를 하다가 누워서 자는 할머니를 다치게 한 로봇에게 마땅히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사람을 물어죽인 개는 경찰이 사살할 수 있지만 로봇은 육체적 고통을 느끼거나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는 생명체가 아니다. 사고를 일으킨 로봇을 처벌하기 위해 분쇄기에 넣어 부수거나 운영프로그램을 삭제하는 것도 매우 우습지 않은가. 결국 법률적 책임은 제조회사가 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들은 로봇판매시 온갖 약관을 만들어 소비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사회에서 로봇이 너무 많은 일을 책임지고 해주길 기대하는 것 같다.
아시모프의 로봇공학 3원칙에는 로봇이 사람의 명령에 절대복종하라고 규정하지만 이는 로봇을 만드는 사람이 지켜야 할 원칙이지 로봇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을 잘 아는 과학자들은 산업현장을 벗어난 로봇이 인간세상에서 저지를 실수에 대해 법률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인공지능 로봇에게 과도한 물리적 능력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겨우 사람 앞에서 재롱이나 떠는 조그만 장난감으로 만들거나 주인에게 주먹을 휘두르진 못하게 애시당초 팔을 붙이지 않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기업체에 법률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 법인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미래 정보사회에 있어 사회적 필요성이 있다면 인공지능 로봇도 법률적으로 책임과 처벌을 받는 주체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지능을 갖춘 로봇이 사람세상에서 제몫을 찾는데까지 기능이 안정화되려면 많은 시행착오는 불가피하다. 그러기 위해선 로봇에게 다양한 책임을 부과하는 자동화 세상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책임을 지우려면 먼저 처벌하는 규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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