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수요의 증가는 경기 회복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아니면 일시적인 현상일까.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EE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메릴린치가 타이베이에서 개최한 기술콘퍼런스에 참석한 전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 고위임원들은 상당수가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최근의 수요 증가가 최종 사용자가 지출을 늘린 데 따른 것인지 아니면 공급 축소에 따라 완제품 업체들이 재고 확보에 나섰기 때문인지 명확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상무는 “4분기 PC 출하가 비록 완만하기는 하지만 예상보다 호전되고 있다”며 “IT 지출이 약간의 개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전체 IT산업과 거시경제는 재고 조정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며 “특히 PC분야의 경우 2분기에 기본적인 최종 사용자의 수요가 있을지는 명확치 않다”고 덧붙였다.
또 필립스세미컨덕터의 수석부사장겸 CFO인 잰 로베즈는 “완제품 재고가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 호조로 사실상 고갈됐다”며 “이에 비해 주문은 별로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구조적인 개선은 하반기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SG시큐리티스의 애널리스트인 코노 리우도 “현재로서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며 “DVD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는 이번 분기에 수요가 늘었지만 통신 분야는 정체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콩 포니스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인 카마일 베르가라는 “명확히 수요가 증가한 것이며 재고 확보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도 “수요 증가는 2분기와 3분기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쨌든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 업체들은 완만한 수요 회복 덕분에 한숨을 돌린 상황이다.
필립스세미컨덕터는 최근 몇주간의 주문 증가로 이번 분기 실적을 흑자로 돌려 놓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TSMC와 UMC의 경우 지난해 4분기 팹(FAB) 가동률이 각각 50%와 45%에 불과했으나 1분기 가동률은 각각 60%와 55∼60%로 크게 회복됐다.
이에 따라 TSMC의 CFO인 하베이 창은 1월에 16억5000만달러로 책정한 자본지출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UMC의 회장인 피터 창은 팹 가동률이 2분기에 70%로 늘어나고 하반기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으나 자본 지출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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