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식 숭실대 교수 beomjang@unitel.co.kr
벤처확인 요건의 강화를 골자로 한 벤처기업 건전화 방안이 최근 발표되었다. 중요한 것은 한국벤처산업의 영속적인 발전을 위해 단기·중기·장기 대책의 효율적인 배합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며 또 이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부문과 관련해서는 벤처금융 현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토대로 엔젤투자, 벤처캐피털, 코스닥시장 등 금융 연결고리의 기능 극대화가 필요하다. 최근의 방안이 나오기까지 직접적 동기가 일부 벤처기업의 비리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만큼 일부에서는 차제에 코스닥 등록요건과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결론적으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등록요건의 강화보다는 투자적격성을 상실한 기업의 퇴출을 강화하는 정책방향이다.
코스닥시장은 기존의 거래소시장과는 달리 고성장·고위험 벤처기업과 유망 중소기업을 거래대상으로 하고 있는 신시장이다. 신시장으로서 코스닥시장의 중요성은 우리나라 벤처금융사들의 원활한 자금회수의 장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요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벤처투자의 오랜 경험과 업력을 가지고 있는 미국 벤처금융업계의 투자수익률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지난 93년 나스닥시장을 중심으로 미국의 기업공개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부터다. 평균 4.2년 정도의 투자기간에 미국의 벤처금융사는 나스닥기업 공개를 통해 95%의 수익률을 달성했고 기업인수합병을 통해 3.7년 동안 평균 40%의 투자수익률을 시현했다.
2000년 하반기 소위 닷컴기업의 버블이 붕괴되기까지 가장 활발한 벤처기업과 벤처금융활동이 미국에서 전개된 배경에는 나스닥의 활발한 시장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 등 다른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 ‘벤처입국’이라는 용어가 생겨날 정도로 벤처기업 활성화가 가능했던 것은 우리에게도 코스닥시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스닥증권시장의 양적 성장과는 달리 엔젤투자가, 창투사 등 공개자본시장 전 단계에 해당하는 벤처금융의 생태계가 아직 완벽하게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 중소기업창업투자사의 수는 97년 60개에서 2001년 6월 현재 146개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1개 창투사당 평균 투자실적은 불과 30% 증가했을 뿐이며 회사당 평균 투자재원의 경우에는 오히려 줄어든 형편이다.
여러 개선방안과 더불어 벤처금융지원 형태는 앞으로 많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직접지원방식보다는 더 많은 투자조합 결성을 유도해 이들 투자조합의 자금운용을 벤처금융회사들이 담당하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벤처지원방식이 직접에서 간접으로 바뀌면 바뀔수록 창투사 및 기타 벤처금융의 자금회수가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는 점이다. 기업인수합병과 같은 투자자금 회수방법이 극히 제한돼 있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다.
코스닥시장 등록의 질적 요건에 대한 보완은 지속돼야 한다. 특히 시장 운영에 있어서 정보 공시 등 투명성 요건 및 퇴출 요건은 기존 거래소시장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의 논의가 양적 등록요건의 강화로 연결될수록 그나마 제한된 창투사의 자금회수 기회 및 신규벤처 투자기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역사가 일천한 우리의 벤처금융 연결고리가 정상화될 때까지 코스닥시장에 대한 진입정책의 변경이나 강화는 당분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앞서 신시장을 개설했던 선진국들이 기존의 거래소보다 훨씬 완화된 진입요건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행 기준만으로도 21세기 초첨단 산업이라는 생명공학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진입이 극도로 어렵게 돼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보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등록기업 퇴출이 원활하고 신속하게 이루어져서 제한된 투자자들의 자금이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절차 보완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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