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생물정보학의 필요성

 ◆조영화(曺永華)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장 (http://www.kisti.re.kr)

 

 20세기 이후 과학기술 분야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특히 유전공학 및 분자생물학 연구방법이 하루가 다르게 급성장해 과학저널들은 일제히 토픽(topic)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인간유전자프로젝트(HGP) 시행 초기에 많은 사람들은 유전자 서열을 모두 알아내면 생명현상의 원리를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나 실제로 인간 유전자 서열 판독이 완료된 지금 더 많은 의문부호만 남겨졌을 뿐이다.

 인간의 생체내 복잡성을 고려할 때 당초 인간의 유전자 수는 약 10만개 이상이라고 예측했지만 지난해 발표된 두 그룹의 지놈 해석지도로 보아 사람 유전자의 수는 약 3만∼4만개 정도라는 주장이 강하게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더 적은 수의 유전자가 더욱 복잡한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형성해 생명체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며 또한 생명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더욱 복잡한 모델이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눈부실 정도로 발전하는 분야가 컴퓨터 관련 생명공학 분야라고 말할 수 있으며, 현재 컴퓨터 하드웨어 수준은 십년 전과 비교할 때 1000배 이상 발전했고 전세계에 걸친 활발한 인터넷의 보급에 힘입어 ‘정보의 홍수시대’ 나 ‘무제한의 정보공유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인터넷은 생명공학 분야가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덕분으로 돌려서 그 대답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NCBI의 GenBank에는 현재까지 연구되어온 모든 생물 종에 대한 유전체 및 단백체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으며, 이를 토대로 목적에 따라 더욱 세분화된 생물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구축되어 연구자들이 직접적으로 더욱 빠르게 자신의 데이터를 비교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생물정보학연구 분야에 대한 우리의 현 실정은 그리 좋지 않다. 생물정보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그다지 크지 못할 뿐만 아니라 관련 분야 연구지원의 미비, 그리고 충분한 기술적 노하우를 보유한 연구인력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특히 생물정보학 전문 연구인력의 양성을 위한 지원은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다. 

 생물정보학을 생명기술(BT)과 정보기술(IT)의 단순한 결합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새로운 학문 분야로 인식하고 접근해야만 많은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즉 생물학자가 컴퓨터를 공부해서 혹은, 전산학자가 생물학을 공부해서 접근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탈피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계획에 의한 인력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이미 고등학교 과정에서부터 생물정보학의 내용이 수업시간에 다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를 위해 각 대학에서는 전공과정을 설립해 외국의 전문가 섭외를 통한 교육을 하는 등의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국내 생물정보학 관련 연구기관의 현황을 보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이미 바이오인포매틱스센터를 설립해 연구 및 관련 분야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바이오 관련 분야 연구자 및 관심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이 분야에서의 노하우와 국제적인 수준의 가시적인 연구결과물이 부재한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한 기술력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결과물의 산업화를 목적으로 섣불리 투자하기보다는 더욱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수립,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생물정보학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수만에서 수십억 염기쌍이나 되는 여러 생물 종들에 대한 유전체 분석은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이다.

 국내의 경우 생물정보학의 필요성이 크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2년 전이다. 현재로서는 관련 분야에 대한 노하우 및 전문가 인력의 부족과 사회적인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활발한 움직임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그 잠재력은 매우 크다. 

 특히 우리나라의 생물정보학은 전산학 전공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산업적으로 과포화상태인 IT분야 인력을 고려할 때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도 이른 시일 안에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단계 높은 연구결과를 얻는 것 또한 자명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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