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채영복 과학기술부 장관

 

 “우리나라는 지난 80∼90년대의 모방 위주 과학기술에서 혁신 위주 과학기술로 탈바꿈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최근 과학기술계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전환기에 생길 수 있는 것이며 이를 극복해야 과학기술이 경제발전과 국가경쟁력 향상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채영복 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30여년 동안 과학기술계에 몸담은 전형적인 과학기술인이다. 우리나라의 정밀화학공업분야를 개척하고 농약, 염료, 첨가제 등의 국산화 연구개발을 주도했으며 신물질 개발연구 기반수립을 주도한 대표적인 원로다. 과학기술계의 속사정을 잘 알고 있는 채 장관은 과학기술자의 사기저하, 우수 학생들의 이공계 회피 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민감한 시기에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채 장관을 만나봤다.

 

 대담=모인 산업기술부 부장

 

 ―오랫동안 출연연구소 원장을 지냈는데 우리나라 출연연구소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출연연의 기본 기능은 산업계의 취약한 기술개발능력을 지원하고 우수한 연구능력을 지닌 인력을 양성, 배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민간이나 대학에서 담당하기 어려운 공공복지기술, 대형복합연구기술, 핵심첨단·원천기술을 담당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안정적인 연구환경이 미흡하고 연구원의 사기저하로 인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출연연의 경쟁적 연구환경조성과 경영혁신으로 연구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는 인식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원의 사기저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연구원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사기진작책은 무엇인가.

 ▲우선 처우개선과 안정적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출연연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비·인건비를 안정적으로 지원, 전문·심층연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연구업적 및 능력이 탁월한 연구원을 대상으로 한 국가연구원(National Research Fellowship)제도를 도입, 대통령 인증서 수여와 함께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또 과학기술유공자에 대한 공로연금제 도입 및 교통·의료비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명예의 전당·추모공원 건설도 검토하겠다.

 ―연구과제중심제도(PBS)가 연구원을 영업사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높은데 이 제도를 개선할 용의는 없는지.

 ▲도입취지는 좋으나 소형과제조차도 입찰방식으로 과제를 수주함에 따라 연구원이 영업사원으로 전락했다. 앞으로는 대형과제만 공모형식으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소형과제는 예외로 하는 등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 또 참여연구원이 과제수주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인건비 전액을 1개 과제에 모두 계상할 수 있도록 하고 다년도 협약제도를 도입, 연구비 지원의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원들의 실소요 인건비를 지원하게 되면 본래의 목적에 맞게 운영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입시에서 보듯이 이공계 학과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 이공계 우수인력 확보방안은.

 ▲단기적으로는 과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연구원 처우개선을 통한 사기진작 및 고급과학기술인력의 수요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초·중·고교의 과학교육내실화를 위해 출연연 및 대학시설을 개방, 실험실습 및 체험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과학분야에 뛰어난 학생을 대통령 과학장학생으로 선정, 해외유학을 지원하고 우수과학교사를 대상으로 ‘올해의 과학교사상’도 도입할 것이다. 아울러 과학영재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내년 3월부터 부산과학고를 과학영재학교로 전환·운영할 것이며 나머지 15개 과학고는 카이스트와 연계체제를 강화해 영재학교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또 병무청과 협조, 이공계 학생 병역특례 전문요원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겠다.

 ―총리실 산하에 있는 과학기술관련 3개 이사회를 과학기술부 산하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이사회가 제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는가.

 ▲이사회 운영결과 자율적 책임경영을 위한 기반마련 및 일부 연구기관의 통합, 자율적 기관평가시스템 도입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다만 출연연 육성정책의 이원화로 과학기술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에 차질이 빚어진 것 같다. 다만 이사회 이관문제는 타 부처와도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므로 좀더 시간을 갖고 전문가들의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신중히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나노기술 종합연구시설이 나노팹센터를 둘러싸고 각 기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공정한 선정을 위한 방안은 마련돼 있나.

 ▲공모가 끝나는 대로 서류평가, 패널평가, 현장평가 등 다단계 평가과정을 거쳐 후보기관을 선정하고 4월초 가칭 나노기술추진위원회의 검토·심의를 받아 사업유치 기관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입지조건·사업계획·사업운영 등을 다각도로 검토, 선정하겠다. 이를 위해 이달중에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로 전담 평가단을 구성, 유치기관 선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국가과학기술지도 작성에 관심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의 필요성과 앞으로 계획은.

 ▲미래 유망산업 창출을 위한 전략기술분야별 국가기술지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부문별 자원배분과 우선순위 도출이 이루어지며 연구주체간 목표와 전략을 공유하고 역할분담 및 협업 체제구축을 통해 투자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술지도는 기술중심지도가 아니라 비전과 수요중심의 기술지도가 마련돼야 한다. 지도작성을 위해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국가기술지도기획단을 구성해 기술지도 기본방향과 내용 등 구체적인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10월까지 기술지도 시안을 마련, 12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상정하겠다.

 ―배아복제에 대한 논란이 격화되면서 줄기세포기능연구에 대한 정부의 입장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줄기세포기능연구에 대한 과기부의 입장은.

 ▲줄기세포연구는 차세대 의료혁명으로 불리며 미국·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공수정, 동물복제 등 관련기술 수준이 상당히 높아 이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적기에 국가차원의 집중적 투자가 이루어진다며 막대한 부가가치 창출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과기부는 생명공학 육성과 생명윤리 확보를 동시에 추구해 나간다는 기본방향아래 외국의 입법동향과 기술변화를 고려, 관련부처 및 국회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관련입법을 추진하겠다.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는 생명윤리 논란이 있으므로 연구범위 등은 관련단체와 학회, 전문가들의 의견 및 입법방향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번 부처 업무보고시 대통령으로부터 과학대중화에 힘쓰라는 지시가 있었다. 이에 대한 방안은.

 ▲과학대중화를 위한 올해 중점추진사업은 수도권 국립과학관 건설이다. 과학관 부지로 선정된 과천에 테마식 과학문화공간 개념으로 건설, 세계 일류 수준의 과학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또 TV 등 대중매체를 통한 과학문화 창달과 우수 과학만화 보급 및 과학영화 시나리오 공모를 추진하겠다. 또 한·미 청소년 과학캠프를 국내에서 개최하고 대한민국과학축전, 지역과학축전, 청소년 과학경진대회 등 과학문화 행사를 개최, 시민 및 청소년에게 과학체험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1937년 강원도 철원생

 △1955년 서울경동고등학교 졸업

 △1959년 서울대학교 문리대 화학과 졸업

 △1964년 독일 뮌헨대학교 이학박사 취득

 △1969∼1981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유기합성연구실장, 응용화학연구부장

 △1981∼1993 한국화학연구소 소장

 △1983∼1993 대덕연구단지 연구기관장협의회 회장

 △1989∼1993 정밀화학공업 민간협의회 위원장, 정밀화학공업진흥회 부회장

 △1989∼1991, 1993∼1995 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1999∼2002년 1월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2002년 1월 과학기술부 장관

 

<정리=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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