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계의 로봇산업을 가장 선두에서 이끄는 국가는 누가 뭐래도 일본이다. 전세계에서 가동되는 산업용 로봇은 대부분 일제다. 로봇이 두 발로 걷거나 한 발로 깡총 뛰든지 뭔가 신기한 로봇이 나왔다면 거의 메이드인 재팬이라 보면 된다. 기술적으론 미국, 유럽이 앞선 분야도 많지만 로봇개발에 대한 국가적 열정과 활용도에선 도저히 일본을 따라 잡지 못한다.
일본이 로봇왕국으로 성장한 배경은 일본인의 독특한 로봇관념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유럽인종이 로봇을 잠재적으로 위험한 기계노예(성악설)로 간주하는데 비해 일본사람들은 로봇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경계심이 거의 없다. 말하자면 이런 식이다.
“로봇이 사람을 쏙 빼닮게 되면 인간의 친구로 잘 대해주자. 착한 주인이면 로봇도 그만큼 충성할 것이다.” 이처럼 로봇을 함께 살아갈 친구(성선설)로 여기는 일본식 로봇관은 오늘날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일본 로봇산업에 기름진 토양역할을 했다.
어찌보면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일본인의 로봇관은 우주소년 아톰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로부터 시작한다.
데즈카 오사무는 지난 63년 매일 30분씩 방영되는 최초의 TV만화시리즈 우주소년 아톰을 제작해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일본만화계의 거목이다. 인간의 마음을 지닌 로봇소년 아톰이 우주를 누비며 악당을 쳐부수는 모습은 많은 일본 어린이들이 긍정적인 로봇관을 갖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뒤돌아보면 어린시절 과학자가 되고 싶다던 철부지 소년의 당찬 포부에는 흑백TV로 즐겨 보던 만화영화 아톰의 이미지가 들어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일본의 과학자들에게 사람처럼 생각하고 움직이는 로봇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 가치를 넘어 어린시절부터 꿈꿔온 궁극적인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다.
산업적으로 별 도움도 안되는 이족 보행로봇이나 강아지를 닮은 장난감로봇을 만드는데 목숨걸고 매달리는 일본인들의 심리상태는 60년대 아톰에 열광하던 과학소년의 눈높이로 봐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아톰신드롬은 오늘날 일본의 로봇산업에 적지 않게 부정적인 그림자도 드리우고 있다.
사실 만화에 나오는 로봇소년 아톰은 21세기의 로봇기술로도 달성하기 힘든 기술적 허상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일본의 로봇업계는 인간과 똑같은 로봇개발이란 불가능한 목표에 매달려 지나친 역량을 소모하고 있다. 엄청난 노력끝에 두 발로 걷는 일제로봇이 나왔지만 기껏 이벤트 행사의 눈요기감으로 전락했고 그나마 로봇을 사겠다는 사람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현실감각을 잃고 초조해진 일본 로봇업계는 머지않아 꿈같은 로봇세상이 온다고 큰 소리를 치지만 상황은 매우 어렵다. 원작만화에서 아톰의 생일은 2003년 4월 7일이다. 그러나 데즈카 오사무의 꿈이 실현되는 길은 아직도 멀고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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