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정보기술(IT)주들이 뜨고 있다.
지난해 경기악화로 구조조정에 나섰던 일부 IT업체들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구조조정 테마가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증시의 분위기가 호전되면서 구조조정의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선 증시가 악재보다는 호재에 민감해지면서 LG전자·삼성전기·동양시스템즈·데이콤 등 구조조정 관련 IT주들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조조정의 대표주라고 하면 단연 LG전자를 들 수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2월 28일 임시주총에서 올 4월부터 전자계열 지주회사인 LGEI와 사업회사인 LG전자로 기업을 분할하기로 확정했다. 이후 7거래일만인 지난 1월 10일 주가는 30% 가까이 상승, 3만원대를 기록했다. LG전자의 주가가 3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17개월만에 처음이었다. 이번 기업분할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를 포함한 비핵심 관계사의 보유지분을 신규 지주회사로 넘겨 재무리스크를 줄이려는 LG전자의 의도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도 구조조정에 성공한 케이스다. 이 회사는 13개 사업부문의 구조조정 계획 중 11개 부문을 완료해 지난달 7일 같은 계열사인 삼성SDI의 주가를 넘어선 적도 있다. 삼성SDI의 주가 밑에서 맴돌던 삼성전기가 한때나마 주가를 추월했던 것은 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성과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실적부진으로 고전했던 동양시스템즈도 구조조정주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상반기 경상이익이 7억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는 지난 9월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후 경상이익이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 1100억원, 경상이익 45억원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데이콤도 대표적인 구조조정 관심종목이다.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구조조정 성적표를 내놓고 있지 못한 게 흠이지만 올해부터는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적지않다.
이같은 예는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거래소시장이 2000년 상반기와 지난해 상반기실적을 조사 비교한 ‘구조조정법인의 재무실적’을 보면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2000년 상반기에 비해선 다소 실적이 부진했지만 전체와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좋았다. 구조조정법인들의 지난해 반기순이익의 경우 3조2464억원으로 2000년 상반기 3조3929억원에 비해 -4.32%를 기록했으나 전체상장법인의 감소율 -48.9%에 비해서는 그 감소율이 크게 낮았다. 또 출자전환 등으로 인해 부채비율 역시 개선됐다. 구조조정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2000년 상반기 163.84%에서 지난해 상반기 153.87%로 줄어 들었다.
현정환 SK증권 연구원은 “IT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구조조정 IT주들이 돋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실적개선을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M&A, 영업양수·도가 주류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 한해동안 흡수합병을 공시한 코스닥 IT등록법인은 19개사로 2000년의 18개사에 비해 1개사가 증가했다. 이 가운데 피흡수합병은 2건으로 한통엠닷컴이 KTF에 흡수합병되었으며 마인에스에이가 타임아이엔씨에 흡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 표1 참조
합병의 주요 이유로는 KTF와 한국통신엠닷컴, 타임아이엔씨와 마인에스에이처럼 동종기업간 합병을 통해 기존사업을 강화하는 경우와 넥시즈가 이지클럽을 흡수합병하는 경우처럼 신규사업진출 및 사업다각화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 등이다.
영업양수·양도도 구조조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문을 정리하거나 주력사업부문 강화하기 위한 영업양수·양도는 2000년도 12건에 비해 2001년에는 17건으로 42% 증가했다. 특히 영업양도의 경우 2000년 2건에서 2001년에는 9건으로 대부분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집중화를 위해 비주력 사업부문을 양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고전중인 IT업체들이 M&A나 영업양수·양도를 통해 수익창출에 나선 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일부에선 수익모델을 확보하지 못한 업체들이 M&A를 통해 생존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IT업체들이 M&A나 영업양수·양도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한 IT업체간 ‘짝짓기’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분할이 기업병합보다 호재=기업분할을 실시한 상장종목의 평균 주가상승률이 기업합병 실시 기업들의 평균 주가상승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상장법인 사이에 합병을 실시한 8개사(합병전 20개사)와 기업분할을 실시한 8개사(분할후 19개사)의 재매매일 기준주가와 지난 6일 주가를 조사한 결과 기업분할후 종목들의 평균 주가상승률은 89.89%에 달한 반면 기업합병을 실시한 종목들의 주가상승률도 16.30%에 그쳤다.
코스닥시장에서도 기업분할은 크게늘어 2000년도 4건에서 2001년 7건으로 늘어났으며 이중분할로 신설되는 회사의 주식을 분할회사의 주주에게 배정하는 인적분할이 3건에 달했다. 또 신설회사의 주식을 분할회사에 귀속시키는 물적분할이 4건으로 나타났다. 인적분할의 경우 신설되는 법인을 모두 코스닥시장에 재등록할 예정이다.
기업분할로 주가가 상승한 대표적인 업체는 지난해 분할이 확정된 LG전자. 이와함께 온라인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가 내년 1월 핵심사업부문인 게임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사업부문을 분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기업분할이 증시의 핫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인수후개발(A&D)=프리코스닥시장의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장외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우회등록(back door listing)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외업체들이 프리코스닥시장의 침체로 인한 유동성 위기 극복과 투자자금 회수(exit)에 대한 요구의 해결 방편으로 코스닥시장의 우회등록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백도어리스팅인 인수후개발(A&D)업체들의 경우 지난 97∼98년 설립된 벤처기업 가운데 대주주 지분이 낮은 업체들이 우회등록에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M&A 관련 부티크 관계자들은 “올들어 장외기업들의 우회등록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부티크를 통해 우회등록을 준비하는 장외 IT업체들도 상당수 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우회등록은 증권거래법상 편법적인 상장 및 등록은 허용되지 않아 탈법적인 소지가 있고 상장 및 등록된 기업의 대주주가 주가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머니게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증시의 한 관계자는 “프리코스닥시장이 기능을 상실하면서 장외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자금 회수를 위해 우회상장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우수한 IT업체를 유치하고 머니게임을 막기 위해선 우회등록에 대한 합리적인 기준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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