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독자생존론` 갈수록 득세 국내업체와 제휴 가능할까

 채권단이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하이닉스반도체의 ‘독자생존론’이 점차 세를 얻고 있어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들과 하이닉스의 새로운 제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현재로선 가능성만 제기될 뿐이나 증권분석가와 업계에서는 만일의 협상 결렬에 대비한 카드로 해당 업체와 정책 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할 가치는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자생력과도 직결되는 사안이어서 이래저래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 제휴 우선=당장 부담이 덜한 협력방안이다. 하이닉스가 메모리라인 7개를 팔고 남은 잔존법인의 비메모리사업에 대해 삼성전자, 동부전자, 아남반도체, 중소 반도체설계업체 등 국내 업체들과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기술 및 마케팅 제휴다. 물론 여기에는 인피니온도 참여시킬 수 있다.

 하이닉스 잔존법인은 대만의 TSMC와 같은 비메모리 수탁생산(파운드리)사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온칩(SoC), 나노 및 미세회로 설계 등 차세대 분야도 할 수 있는 분야다. 업계는 여기에 삼성전자와 아남반도체, 동부전자 등이 제휴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SoC 등 차세대 비메모리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중이지만 시장급락으로 당초 계획했던 온양 비메모리 전용 일관생산라인(FAB:팹)을 착공도 못하고 있다. 또 개발인력을 뽑고 있으나 핵심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하이닉스 잔존법인을 인수하거나 제휴할 경우 투자부담과 인력부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는 각각 월 3만장(2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5000장인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신규투자가 절실하다. 또 중소 반도체설계업체들도 여전히 하이닉스의 일부 라인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메모리부문 분할매각=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의 제휴방안이다. 그러나 메모리사업의 덩치가 워낙 큰데다 부채가 많아 삼성전자가 이를 넘겨받아도 큰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후 팹을 중심으로 중국이나 여타 외국업체에 일부를 매각하고 최신 공정과 기술만 국내에서 사들이는 방안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추가 설비투자가 필요한 삼성전자나 아남반도체, 동부전자 등에 나눠 팔 수도 있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분할매각은 협상 대상자도 다수가 되고 각기 요구조건이 달라 얽히게 되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마이크론과의 협상보다 더 어려운 난제가 돌출되는 우려도 높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당 업체들 “너무 부담스러워”=제휴대상으로 거론된 국내 업체들은 하이닉스가 부담스럽다는 데 입을 모은다. 당장 불똥이 튀어 매출 및 주가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까도 걱정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사장은 20일 “충분히 시장선도력을 갖고 있어 제휴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메모리 분야만의 제휴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는 남의 설비를 빌려쓰기 싫어하는 이 회사의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노조문제도 삼성전자로선 민감하다.

 다른 회사도 마찬가지다. 아남반도체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 기술력이나 영업력에서 모두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내년이면 흑자가 가능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부전자측도 “시장회복세에 힘입어 해외투자유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서로 공정도 다르고 기술도 달라 협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휴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말할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인 셈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