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네트’에서 주인공 안젤라는 우연히 정부의 극비 데이터가 담긴 디스켓을 갖게 되고 이 때문에 마피아에게 쫓기게 된다. 급기야 그녀의 신상명세는 네트워크에서 지워지고, 그 순간 국가는 그녀의 존재 유무조차 모르게 된다.
미래사회의 위기에 대한 상상이 하나 둘씩 현실화됐듯이 이 또한 남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전자정부 인프라 구현 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 말에는 개인의 주민등록, 보험, 세금정보는 물론이고 졸업 및 재학 증명서 등의 데이터까지 하나로 통합돼 어느 곳에서나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한 개인의 정보가 하나의 데이타베이스로 저장돼 국가 전산망 내에 공유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표된 ‘신경제에 관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 보급률과 미국 등록 특허 중 IT점유율에서 G7을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랐던 한국이 보안 부문에서는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이는 지난 여름 우리 정부 전산망이 웜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건이나, 사이버 시위로 정통부 시스템이 다운되는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결국 우리의 모든 정보가 특별한 대책 없이 한 곳으로 모아져 노출시 위험의 수위를 극대화하는 반면 이를 막아내는 보안시스템 구축과 보안 전문인력의 배치라는 외투는 벗어던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는 정보보호 전문업체를 지정해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 정부 행정망의 취약점을 분석하고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대책마련에 부심한 정부의 태도는 칭찬해 마지 않으나 특정부분의 땜질대책은 순간을 넘어서려는 미봉책일 뿐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안인 전자정부 사업의 통합관리조직 신설, IT전담 대통령수석비서관 등을 통한 대통령과 현업부처의 핫라인 구축 지연은 보안문제뿐만 아니라 전자정부의 총체적 부실을 가져오게 된다. 기술발전의 가속도와 이를 악용하는 새로운 범죄가 정부의 위협이 되는 지금, 위의 대안들이 선결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전자정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일 뿐이다.
<신철호 포스닥 대표이사 netclaus@posdaq.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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