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제조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노하우를 자랑해온 일본기업들이 만성적인 경기침체를 벗어나는 돌파구로 미국 전자제조전문서비스(EMS)산업의 성장전략을 벤치마킹하는 데 적극 나섰다.
일본 EMS업계의 선두주자는 단연 소니다. 소니는 전통적인 사업부제별로 운영해온 생산공장을 통합시켜 지주회사로 만드는 제조분야 개혁을 가장 먼저 단행했다. 지난해 무려 12개의 자국내 조립공장을 통합해 소니-EMCS란 EMS 전문업체를 설립하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해외 조립공장은 모두 외국계 EMS업체에 매각했다.
소니의 과감한 시도는 국내외 전자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는데 소니-EMCS는 모기업의 방대한 생산수요를 감안할 때 향후 세계 1, 2위의 거대 EMS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까지도 제기된다.
마쓰시타전기도 금과옥조처럼 여겨온 사업부제를 해체하고 각 사업부의 생산기능을 생산전문 자회사로 이관시켰다. NEC는 반도체를 제외한 일본의 생산공장 13개를 통합해 생산전담 자회사를 만들었고 후지쯔·도시바도 지난해 자사 생산조직을 별도의 EMS기업으로 설립한 상황이다.
이처럼 유명 대기업이 발벗고 나서 회사내 제조기능을 별도 법인으로 통합시키는 가운데 EMS제조상사란 일본고유의 신종 EMS모델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EMS제조상사는 자체 생산시설이 없는 일종의 서류상회사(페이퍼 컴퍼니)지만 전세계에 제휴해둔 생산공장들과 고객사의 생산의뢰를 매끄럽게 연결시켜 국제적인 가상 EMS망을 구축해준다.
현재 스미토모상사 EMS팀이 설립한 스미트로닉스, 가가전자, 교덴 등의 EMS제조상사들이 사업성패를 좌우하는 제휴공장을 확보하기 위해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는 가운데 일부 국내 제조업체에도 추파가 오고 있다.
일본경제의 EMS 도입은 최근 2∼3년새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자생적인 생산전문업체가 시장을 주도하는 대신 거대기업들이 생산부문만 떼어내 별도 제조회사로 육성하는 것이 일본식 EMS의 전형적 모델로 자리잡은 상태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보수적인 일본기업들이 사업부별 생산시스템을 포기하면서도 생산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지 않고 한솥밥 먹던 식구들에게 몰아주는 어중간한 EMS전략을 택했으며 그나마 일본 제조업의 체질개선에 좋은 보약이 됐다고 분석한다.
전통적으로 제품생산을 기업의 핵심역량으로 간주해온 일본 제조업체들이 EMS란 변화의 물결을 어떻게 수용할지의 여부는 유사한 산업구조를 지닌 한국 제조업의 진로설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편 유럽도 EMS산업 규모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유럽 EMS시장은 최근 유로화 출범으로 지역경제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오는 2004년까진 300억달러 규모를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유럽에 본사를 둔 거대 EMS기업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미국계 EMS기업의 활발한 유럽진출로 이 지역 생산공장의 인수합병과 제조부문 아웃소싱이 보편화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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