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자입찰(e프로큐어먼트) 제도 도입이 확산되면서 기업 구매부가 ‘발로 뛰는 영업부’로 변신하고 있다. 특히 공급업체를 관리하는 별도 팀을 만들거나 공급업체 수를 제한해 가격경쟁으로 인한 공급업체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는 등 공급사 관리 정책도 개선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자입찰시스템 도입으로 구매부 직원들이 신규공급업체 및 신제품 발굴과 공급사 관리에 업무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구매부 직원들은 전자입찰시스템에 등록하는 신규 기업들의 신용평가와 제품품질의 신뢰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을 직접 방문하는 등 발로 뛰는 업무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전자입찰시스템(에스케이이비드닷컴 http://www.skebid.com)을 처음 가동한 SK(주)는 1만5000개 등록 기업이 연말께 1만6000개로 늘어났다. 숫자상으로 1000개는 그리 많은 수는 아니지만 9명의 구매부 직원들은 그야말로 ‘눈 코 뜰 새 없었다’고 한다. 기자재 공급업체의 경우 품목인증까지 완료된 후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장방문은 기본이라는 것. 특히 SK는 현재 진행중인 시스템 재구축 작업과 함께 900여개의 품목을 세분화해 1500여개로 늘리는 대신 경쟁이 치열한 품목에 대해선 공급사 등록을 제한시킬 방침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해 필요이상의 가격경쟁이 벌어질 경우 결국 공급업체가 피해를 입는 만큼 이런 사태를 막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e프로큐어먼트를 가동한 포스코는 지금까지 300여개 신규 업체를 발굴했다.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에 링크돼 있는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기업신용을 자동으로 평가받고, 원료·MRO·설비·공사 등 해당팀의 59명의 ‘바이어’가 실사를 통해 신규업체 등록여부를 확정짓는다. 특히 포스코는 발굴된 업체를 총괄관리할 뿐 아니라 포스코의 구매정책 및 제도를 새롭게 정립해 ‘윈윈’ 결과를 유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공급사관계관리팀(SRM팀)을 신설, 마스터플랜을 구상중이다.
지난해 2월부터 전자입찰을 시행하고 있는 현대건설도 현장추천과 발굴을 통해 300여개 업체를 신규로 확보했으며, 또 10월부터는 ‘신자재납품의사 업체 공개모집’을 시행하고 있다. 한번 등록되면 납품기간이 길어 업체선정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종의 관행을 고려하면 변화된 분위기다. 부도위험을 피하고 제품품질을 검증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포스코 SRM팀 관계자는 “구매 업무가 전략소싱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며 “특히 앞으로는 공급사들도 함께 성장하는 전략으로 기업의 구매정책은 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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