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으로 동일한 분자라 할지라도 그 형태(conformation)에 따라 화학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가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최초로 증명됐다.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단인 서울대 동력학적반응유도연구단의 김명수 교수(화학부)팀은 분자 형태가 다른 2개의 1-요오드화 프로판 분자(CH3-CH2-CH2I)에서 요오드(I) 원자를 떼어내 원자의 결합형태가 전혀 다른 두개의 분자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 동일한 분자라도 형태에 따라 화학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분자의 형태는 분자의 구조를 구성하는 결합축을 중심으로 하는 내부회전에따라 나타나는 다양한 3차원적 구조로 형태 변화의 대표적인 예가 단백질의 응고현상이다.
연구팀은 1-요오드화 프로판 분자를 1기압에서 진공으로 초음속 팽창해 내부 에너지가 없어 회전도 없는, 형태가 다른 2개의 분자를 만들어낸 후 이에 가시광선 레이저를 쏴 요오드를 떼어냄으로써 분자의 결합구조가 완전히 다른 생성물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분자 형태에 따라 화학반응이 다를 수 있다는 가설이 설득력을 얻었으나 상온에서는 분자 형태가 계속 빠르게 변화하므로 이런 가정을 실험적으로 확실하게 입증하는 것이 힘들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장기적으로 신물질합성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제공함은 물론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 결정 등과 같이 물질의 특성분석법 등에 활용될 수 있으며 분자 속 특정부위를 선택적으로 바꿔주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촉매를 사용, 새로운 물질을 합성해내는 고전적인 합성방법과 달리 분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구조와 상태, 레이저의 특성 등을 활용하는 동력학적 반응 컨트롤(dynamic control)이라는 점에서 이번 실험 결과는 주목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가 새로운 단백질 분석기법 개발이나 분자 안의 특정결합구조만 골라 잘라내는 ‘분자가위’ 제작 등으로도 응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네이처 최신호(1월 17일자)에 게재돼 전세계 과학계로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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