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에서 뽑아 마시는 커피맛이 30년 만에 바뀐다.
인스턴트 커피에 크림과 설탕을 듬뿍 넣은 속칭 ‘다방커피’ 대신 고압 증기로 커피 원액을 추출하는 ‘원두커피’ 자판기가 속속 시중에 보급되면서 ‘다방커피’에 중독된 한국인의 자판기 커피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원두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15∼20초 정도 기다리면 전문커피점서 맛보는 원두커피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기존 자판기 커피와는 맛과 향에서 완전히 다르다.
미국, 일본에선 지난 80년대 이후 원두커피가 자판기 음료의 주류로 득세했다. 이 원두커피 자판기가 뒤늦게 월드컵을 앞둔 한국에 밀려들고 있다.
내외시스템과 바리스타코리아, 동구전자 등 중소 자판기업체들은 최근 원두커피 자판기를 선보여 기성세대와 차별화한 커피 취향을 지닌 젊은 소비자층을 파고들고 있다.
내외시스템(대표 박현양)은 지난달 열린 ‘벤딩코리아 2001’에 이탈리아식 에스프레소 자판기를 선보여 대형 자판기 운영업체로부터 약 3000대의 자판기 선주문을 받아둔 상황이다. 이 자판기는 14초 만에 원두커피알을 직접 갈아 에스프레소를 뽑아낸다. 한 잔에 500∼700원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져 지난 한달 사이 서울시내 대학가, 대형빌딩에 100여대가 설치되는 등 주문량이 폭주했다.
동구전자(대표 박원찬)와 바리스타코리아(대표 권승일)도 자체 개발한 원두커피 자판기가 패스트푸드 전문점과 주유소, 원두커피 유통업계에서 대규모 주문이 쏟아질 조짐이 보이자 양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 캐리어LG 등 메이저급 자판기업체도 중소 자판기업체들의 발빠른 행보에 자극받아 올 하반기 원두커피 자판기 출시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국적으로 설치대수가 50만대를 넘어 포화상태에 이른 자판기 시장에서 원두커피 자판기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자판기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테이크아웃 커피점과 외국계 카페가 1000개나 생겨나고 한국인의 커피취향이 날로 고급화되는 상황에서 자판기업계만 값싼 인스턴트 커피를 고집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원두커피 자판기는 대당 500만∼700만원선으로 비싸고 원두찌꺼기가 남아 관리문제가 까다롭지만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올해 4000대 이상은 무난히 보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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