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최소한 미래 5년은 내다봐야 한다.
소니 워크맨 이후 일본의 최고 아이디어 상품으로 꼽히는 ‘i모드’는 전세계 IT업계에 또 하나의 성공신화로 여겨지고 있다. i모드 서비스는 개시 1년반 만에 가입자가 10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일본 인구의 20% 이상이 이용하고 있을 정도다.
2년전 한국을 방문한 일본 NTT도코모의 고우지 오보시 회장은 “휴대폰으로 제공하는 음성서비스의 한계를 직감한 것이 i모드 성공신화의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NTT도코모는 사원의 창의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디어 뱅크를 만들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든지 끌어들였다. i모드의 성공은 기업이 처한 시장 한계를 냉철히 인정하고 창의성을 바탕으로 전체 경영전략을 바꾼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제조분야의 D램, TFT LCD, 모니터, 광저장장치 등은 국내 업체들이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품목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시장 성장 배경은 동일하다.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습득한 후 대규모 투자, 제조기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 1위로 올라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성장 스토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마켓 메이커(Market Maker)’가 되는 일은 국내 IT업체에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새로운 IT수요를 만든다=기술혁신의 시대에는 낡은 지식과 경험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특히 IT분야는 시장변화가 심하고 신기술 개발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스피드 경영이 회사 성장의 필수요건이다.
지난해 연말 LGCNS(대표 오해진)는 시스템통합(SI)시장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할 전담팀을 만들었다. ‘드림(dream)팀’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조직의 정식 명칭은 ‘비즈니스 모델링팀’. IT를 활용해 창출 가능한 모든 사업영역을 연구·검토하는 일종의 별동대다.
드림팀이 맡은 주요 임무는 새로운 IT수요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따라서 무제한에 가까운 업무비 지원이 보장되고 출퇴근시간도 따로 없다. IT를 적용할 수 있는 모든 분야가 비즈니스 모델링팀의 연구 대상이다.
IT분야의 기술활용도가 높아지고 적용 영역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분야에서 얼마든지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될 수 있다는 근거가 된다.
◇과감히 도전한다=책상머리에 앉아 획기적인 상품만을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IT비즈니스에 필요한 전략과 실천방안이 수립됐다면 이를 실천하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미래에 등장할 새로운 IT 수요시장에 경쟁업체보다 한 발 앞서가는 것이 최고의 성공 비결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이홈(eHome)’으로 명명된 차세대 정보단말기를 공동개발, 마케팅하기로 제휴를 맺었다. 이 제품은 TV와 PC를 연결하는 차세대 개념의 정보단말기다. 그동안 시장이 형성되면 뛰어들어 가격경쟁력과 제조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던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주자가 아무도 없는 불모지에 뛰어들어 시장을 일궈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러한 시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비록 몇건의 투자가 실패하더라도 마켓을 만들어가는 작업은 삼성전자의 향후 성장동력이 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메인메모리DB 시장도 국내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메인메모리DB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로 외국에서도 뚜렷하게 활동하고 있는 업체는 2∼3개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알티베이스, 리얼시스텍 등 5∼6개 업체가 참여해 이 시장의 주류 세력으로 커가고 있다.
특히 국내 메인메모리DB 업체들은 증권사 시세데이터 분석처리, 대규모 사용자 인증업무 등 그 동안 개척되지 않았던 분야를 메인메모리DB 수요로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만도 100억원 가령의 시장수요를 새롭게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온고지신도 방법이다=신규 IT시장를 만든다고 해서 굳이 새로워야 할 이유는 없다. 이미 정체 혹은 내리막길에 접어든 IT분야를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규 수요창출로 다시 성장대열에 올려놓는 방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웹솔루션 업체인 포시에스(대표 조종민)는 지난 2000년 당시 시장정체와 성장률 둔화를 면치 못했던 리포팅툴 시장에 진출해 1년 6개월 만에 140개의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학사관리,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등 남들이 생각지 못했던 분야에 파고들어 리포팅툴 신규 수요를 만들어낸 것이다.
2000년 당시 50억원 내외에 불과했던 국내 리포팅툴 시장규모는 지난해 100억원대를 넘어서 올해는 250억원으로 매년 2배 가까운 고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포시에스의 성공은 야인소프트, 아이티플러스 등 다른 업체들의 리포팅 시장 동반 진출에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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