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비전 2002`](2)세계로 간다

 ‘해외시장에 사운을 건다.’

 아프가니스탄 지역에 전운이 가시지 않은 지난해 11월, 현대정보기술 김선호 팀장을 비롯한 11명의 파키스탄 중앙은행 프로젝트 팀원들은 귀국한 지 1개월 만에 파키스탄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약속한 기간 내에 프로젝트를 완료하기 위해 위험한 상황을 무릅쓰고 전원 복귀한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된 10월초까지도 총 11명의 팀원 가운데 2명은 숙소를 이리저리 옮겨가며 마지막까지 잔류했다. 먼저 철수한 9명의 인력도 국내에 별도의 프로젝트실을 꾸미고 잔류 인력과 연락을 취하며 프로젝트 업무를 계속 지원했다.

 LGCNS 오해진 사장도 새해 첫주부터 해외 출장중이다. 지난해 미국 EDS와의 지분정리로 공격적인 수출이 가능해졌고 해외시장 개척으로 한계상황에 달한 국내 시스템통합(SI)산업에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의도에서다. 해외 현지화에만 성공한다면 이미 국내 IT기술력은 충분한 수출경쟁력을 지녔다는 것이 오 사장의 판단이다.

 국내 패키지 소프트웨어(SW)업체도 보다 넓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몇년간 실시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으로 내수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부터 상시 단속으로 바뀌면서 더 이상 이러한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면으로 승부한다=외국제품에 비해 품질경쟁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면 국산 솔루션이라고 해서 굳이 가격이 싸야 할 이유는 없다. 뒷골목 위주의 저가정책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나모인터랙티브(대표 최준수)는 최근 나모웹에디터 영문판의 북미지역 판매가격을 149달러(한화 약 19만원)로 책정했다. 이는 국내 판매가인 8만8000원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수준이다. 더욱이 나모웹에디터의 다음 버전은 영어제품으로 먼저 나올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형집 이사를 포함한 나모인터랙티브의 개발인력은 현재 보스턴에 위치한 미국지사에 상주하며 개발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대표 안철수)의 백신 프로그램인 V3프로 디럭스도 일본에서 국내 판매가보다 50% 가량 비싼 7500엔(한화 약 8만3000원)에 팔린다. 이는 외국 경쟁사 제품인 맥아피의 바이러스스캔(5900엔)이나 시만텍의 노턴앤티바이러스(5200엔)와 비교해도 20∼30% 높은 가격이다.

 이들 두 회사가 고가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외국 경쟁 제품과 정면승부를 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속이 중요하다=해외진출의 목표는 영토점령이 아니라 제품 및 서비스 공급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일이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은 해외 프로젝트를 수준하는 데 나름대로 기준을 정했다. 국내에서 수행해본 경험이 있거나 특화 솔루션을 활용하는 고부가가치형 프로젝트만 참여한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없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프로젝트는 아무리 규모가 크더라도 욕심내지 않을 생각이다.

 대우정보시스템(대표 박경철)도 지난 96년에 설립한 폴란드 현지법인을 통해 단발성 프로젝트보다는 모바일 콘텐츠나 인터넷 쇼핑몰과 같은 연속성 있는 사업을 계획중이다. 폴란드의 값싼 인건비와 유럽 중앙에 위치한 지리·경제적인 장점을 활용하면 유럽 전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또한 패키지 SW업체들이 집중 공략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불법복제나 잘못된 입찰관행으로 파행적인 가격구조를 지닌 국내 시장에 비해 안정된 소프트웨어 가격체계를 갖추고 있어 제품값을 제대로 받을 가능성도 높다.

 ◇로마법을 따른다=해외시장 성공은 현지화에서 출발한다. PC카메라 전문업체인 알파비전텍(대표 이종훈)은 지난 99년 설립초기부터 미국시장을 겨냥, 샌프란시스코에 지사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지사설립과 함께 미국시장에 적합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지인 고용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현지 미국인 디자이너를 채용하는 등 미국식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알파비전텍의 이종훈 사장은 “디자인은 물론 사용자 성향분석이나 현지 유통채널 조사를 위해서도 현지사정에 밝은 마케팅 인력과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버추얼텍(대표 서지현)의 경우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법인인 버추얼텍USA의 매출 중 30%만을 본사 매출로 잡고 70% 정도는 현지에 재투자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과 번들판매와 같은 대량판매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버추얼텍USA는 미국 서버용 솔루션 도소매업체인 e소프트와 번들계약을 맺는 등 이미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적의 심장부를 노린다=제품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세계화의 가능성이 보인다면 해외시장에서의 전면전도 고려할 만하다.

 미들웨어 전문업체인 티맥스소프트(대표 박희순)의 경우 설립 초기부터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최근 미국 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1차 컨설팅을 받은 결과 미국시장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얻었으며 현재 투자유치, 인력소싱 등 각 분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DB전문업체인 티아이엠시스템(대표 송창빈)도 처음부터 미국 본사를 염두에 둔 케이스다. 지난해 국내법인을 설립했지만 R&D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별다른 영업이나 마케팅은 벌이지 않고 있다. 조만간 미국 본사를 설립한 후 국내영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컴리눅스(대표 박상현)의 경우는 리눅스 기반 오피스 프로그램인 한컴오피스 2.0 영어 제품을 미국에서 먼저 출시했다. 국내에서 선보인 한컴오피스 2.0 제품은 영어 제품을 오히려 한글화한 것이며 중국어 및 일본어 버전도 이미 완성한 상태다. 한글 제품보다 외국 제품을 먼저 출시한 것은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보다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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