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와 디지털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 장점을 제대로 살리면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나옵니다.”
알파브레인(http://www.ab21c.com)의 이은령 사장(42)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숨겨진 가치를 아는 사람이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알파넘버링’이라는 숫자 표시판이다. 언뜻 보면 보통 숫자 표시판과 다름을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진가는 사용해본 사람만이 안다.
숫자 표시판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사용된다. 기업의 대형 달력에서 은행의 금리나 환율 표시, 철도 시각 및 요금표, 월드컵처럼 대형 행사까지의 남은 일수 등 자세히 살펴보면 숫자 표시판은 어디에나 있다.
보통 숫자 표시판은 전기를 필요로 하는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만든다. 반면에 알파넘버링은 단순한 플라스틱 숫자 표시판이다. 이은령 사장은 이 단순함에 아이디어를 보태 상품으로 만들었다. 알파넘버링은 간단한 수동 조작으로 0부터 9까지 모든 숫자를 표시할 수 있다.
“많은 숫자 표시판이 하루에 한번 이상 수치를 바꾸지 않습니다. 그 용도에 비싼 LED 숫자 표시판을 사용할 필요가 없습니다. 무조건 디지털 장치를 선호하는 것보다 그 용도에 맞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알파넘버링을 이용한 숫자 표시판은 LED 숫자 표시판에 비해 제작비가 10% 정도에 불과하다. 숫자 표시판 크기가 커질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전기료도 들지 않는다. 전국에 3000개 지점을 갖고 있는 은행의 환율 표시판을 알파넘버링 방식으로 바꾸면 연간 16억원의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미 우체국·농협·LG정유 등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알파넘버링을 사용하고 있다.
최근 이은령 사장은 디지털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꾀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개발해온 지식관리시스템(KMS)이 곧 완성되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전산팀 10년, 광운대 교수로 9년. 19년간의 전산경험을 살려 본격적인 디지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PDF 파일을 이용해 복잡하지 않은 사용환경을 만들었습니다. 가격도 기존 KMS의 5분의 1 정도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알파넘버링을 주축으로 KMS시장 진입에 주력할 것입니다.”
이제 창업 2년째인 이은령 사장은 이러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지난해 8억원의 매출을 올해는 1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알파넘버링의 자동화 모델을 개발해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의 점수 표시판을 알파넘버링으로 만들겠다”는 이은령 사장의 포부가 빛을 발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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