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IT문화를 만들자>(1)신 IT문화의 정립을 바라며

◆한국정보문화센터 정보생활진흥단장 전종수 zebra@icc.or.kr

 

 임오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세계경제 침체, 닷컴기업의 몰락과 정보기술(IT)업계의 불황은 우리에게 깊은 시름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한국이 초고속인터넷 강국으로 입지를 다진 것이 아닐까 싶다.

 정부는 전국을 Mbps급의 초고속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정보고속도로를 조기 완성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말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가 2400만명을 넘어섰다.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수는 11월말 750만명을 넘어서 한국이 명실공히 세계에서 IT를 가장 잘쓰는 나라가 됐다.

 이같은 쾌거를 거둔 데는 정부와 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전국민의 IT활용교육에 적극 나선 것이 주효했다. 정부는 국민 IT교육 확산과 IT교육장 확대에 집중 투자했으며 정보접근센터 등을 설립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서도 IT업계는 소년소녀가장·노인·장애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 PC를 비롯한 IT교육장비와 통신비용을 지원하고 무료 정보화교육을 실시함으로써 정보격차 해소에 큰 보탬이 됐다.

 이러한 사업은 작은 일처럼 생각되지만 우리가 정보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할 것임은 자명하다. 왜냐하면 지역간·계층간의 정보격차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잉태,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사회를 조기에 구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국내 IT산업 및 정책에 가려 세인의 관심밖에 있던 IT의 역기능 문제를 되돌아볼 필요성이 있다. 비유하자면 고속도로가 깔렸고 그 위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나 면허소지자도 많이 늘어났으니 이제는 교통질서와 문화가 문제다.

 먼저 인터넷사용자들이 늘면서 사이버공간에서 불건전한 정보문화가 싹을 키우고 있다.

 사이버상에서 어린 청소년의 성이 거래되고 음란물이 버젓이 배포되고 있다. 웹카메라를 이용한 사이버섹스가 횡행하고 채팅 등을 통한 주부들의 탈선사례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급기야 어린 소녀들과 성관계를 맺은 성인들의 명단이 사이버상에 공개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광고성 스팸메일의 극성, 악성 바이러스 유포 및 해킹, 와레즈 사이트에 의한 불법SW 유통과 판매행위, 저작권침해, 사이버상의 개인 명예훼손 및 개인정보유출 등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또한 자살 사이트 및 폭탄제조정보 사이트 등의 등장은 오프라인상에서 금기시됐던 문제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사무실과 가정뿐만 아니라 전국의 PC방에서도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국내 인터넷 이용인구의 30.6%가 인터넷중독자(잠재적 중독자 포함)라는 충격적인 보고서(한국정보문화센터-인터넷중독 현황 및 실태조사 보고서, 2001년)는 우리 IT문화의 불건전성이 어디까지 달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부는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과 ‘청소년보호법’ 등의 개정을 통해 개인정보보호와 청소년보호를 위한 시책을 시행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음란물의 범람과 퇴폐적인 콘텐츠를 추방하기 위해 ‘인터넷내용등급제’를 시행하는 등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화의 역기능은 짧은 기간에 정부나 몇몇의 전문가에 의해 치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캐나다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마셜 맥루한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대중의 마음속에 받아들이게 하려면 사회 전체에 대한 대규모의 수술이 필요하며 그 수술은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갖는 마취적 효과, 즉 마취 장치를 대중이라는 신체 속에 묻어버림으로써 가능해진다”(미디어의 이해)고 간파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신IT문화를 일구어야 한다.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IT산업계가 나서 새로운 IT문화 확산을 위한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 동시에 정보통신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관련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 건전한 정보문화의 정착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IT문화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청년 나르시스의 모습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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