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수출 드라이브`에 나서는 배경은

 올해 국내 PC수출은 지난 10월까지 총 1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6% 감소했다. 16년만에 전세계 PC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유례없는 IT불황의 여파를 국내 PC업체들도 몸소 체험해야 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스크톱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8%가 감소한 반면 아직까지 수익성을 담보로 하는 노트북은 전년 동기 대비 66%가 늘어나 국내 PC수출이 점차 수익성 위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신개념PC와 포스트PC 등 차세대 IT제품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시장진입 노력도 가시적인 결과를 낳고 있어 주목된다. 

 ◇다변화되는 국내 PC수출=최근 몇년 동안 국내 PC수출은 삼보컴퓨터에 크게 의존했다. 지난해 삼보컴퓨터는 총 400만대의 PC를 수출, 국내 PC수출의 70% 이상을 담당했다. 그러나 내년에는 삼성전자·LG전자 등이 PC수출 드라이브에 본격 참여하면서 국내 PC수출선 및 품목이 크게 다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년여 동안의 협상을 통해 최근 델컴퓨터와 노트북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물량은 가변적이지만 매월 2만대 이상으로 알려졌으며 연간 수량은 25만대에서 3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OEM 공급물량 확대와 함께 신개념의 PC제품 수출에도 적극 나서 수출품목 다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내년에 수출하는 차세대 PC품목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으로 진행중인 ‘이홈(eHome)’제품과 ‘아이토도’로 알려진 무선 핸드헬드 PC제품이 속해 있다. 특히 이홈 제품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홈네트워킹이 모두 구비된 새로운 형태의 정보기기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기기의 조류를 먼저 파악함은 물론 정보기기 분야에서 D램과 같은 세계 1류 제품을 제조·마케팅·판매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LG전자 역시 기존 공급선인 컴팩과의 노트북 공급물량이 최근 크게 확대된 것으로 알려져 내년 수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컴팩 및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기존에 공급해오던 가정용 노트북 ‘프리자리오’ 외에도 기업용 노트북 제품인 ‘에보’의 일부를 LG전자가 생산, 공급하기로 했으며 개인휴대단말기(PDA)인 아이팩의 차세대 공급업체로 선정돼 내년 하반기부터 대규모 수출이 예상된다. 그러나 LG전자의 경우 HP와 컴팩의 합병이 변수로 남아 있어 내년 수출계획은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국내 PC업체들의 경쟁력=세계 최대 PC수출국인 대만은 PC 디자인 능력, 전문화, 주기판으로부터 그래픽카드·스피커·키보드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PC산업 관련 인프라가 장점이다. 반면 국내 대기업의 경우 사업규모·LCD·D램·광저장장치 등의 핵심부품 인프라, 통신·가전 분야의 높은 기술력 등이 강점으로 부각된다. 어느 장점이 부각되느냐에 따라 세계 주요 PC업체들의 물량이 대만으로 갈 수도, 국내 업체에 돌아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경우 세계 곳곳에 생산기지와 물류기지, 판매기지를 갖추고 있고 구매력을 바탕으로 빠른 납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또 다른 강점”이라며 “최근 주요 PC업체들의 경우 제조뿐만 아니라 물류, 서비스까지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추세여서 이러한 부분을 국내 업체들이 만족시킬 경우 더 많은 아웃소싱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트PC 분야에서는 PC기술과 통신, 가전기술이 접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대만 업체들은 현재 PDA의 아웃소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나 최근 PDA를 비롯한 포스트PC 제품에서 퓨전화가 가속화되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업체들의 가능성은 더 높아 보인다.

 ◇기회와 위기 두 얼굴의 2002년=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PDA, 태블릿PC와의 제휴선으로는 대만 업체를, 이홈제품의 파트너로는 삼성전자를 택했다. 이는 PC에서 단순히 파생된 제품의 개발 및 생산에서는 대만업체들이, 가전기술과 통신기술이 접목된 제품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강점을 갖고 있다는 시각을 보여준 결과다.

 비록 국내 업체들이 PC수출을 강화하고 품목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이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계 PC조류에 발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 PDA나 태블릿PC 등 포스트PC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PC수출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내수 중심인 중견기업들의 수출전선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