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IC카드와 의료정보화

 ◆이해선 한국의학연구소 소장 hseonlee@yahoo.co.kr

 ‘스마트카드’라고 널리 알려진 IC카드의 특기할 만한 장점은 ‘보안성’과 ‘활용성’이다. 또한 PC처럼 ‘연산기능’이 있어 데이터를 읽는 것은 물론, 저장·삭제할 수도 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IC카드의 활용분야는 유통·서비스 분야, 금융·결제분야, 의료분야, 보안분야 등 거의 모든 사업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고 실제로 90년 이후 서유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IC카드를 현재 교통카드·신분확인카드로 사용하는 정도지만 점차 신용카드와 현금카드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복지부 ‘건강보험증전자카드화 사업’에 즈음하여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쟁은 우리나라도 IC카드에 대한 ‘필요’와 ‘우려’를 공론화해 논의할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IC카드가 요양기관(병의원과 약국)에 도입됐을 경우에 생길 수 있는 편리함은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여러 부문의 정보화가 전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의료계의 정보화 역시 그러하다. 작은 병의원과 약국에서도 수기로 환자의 정보를 관리해선 정보화에 익숙해진 환자에게 충분한 편의를 제공하기 어렵다.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도 각종 업무의 정보화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젊은 의료인들을 중심으로 넓게 확산되고 있다.

 이미 몇몇 요양기관은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환자진료에 관한 정보 관리의 효율을 제고하고자 ‘진료카드’를 발행하고 첨단 정보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는 등 요양기관의 정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요양기관의 정보화 사업이 단순히 ID 매체와 컴퓨터를 도입하는 수준으로 환자에게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경영합리화에도 큰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실례로 ‘진료카드’ 대부분이 해당 요양기관에서 환자 관리의 편익 수단으로만 발행되고 있어 환자의 입장에선 평상시에 굳이 휴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요양기관을 찾아오는 대다수 환자는 진료카드를 휴대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병원에선 이런 환자의 정보를 따로 입력·관리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각종 업무가 가능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약국의 경우에는 하루 업무를 다 마치고 난 후 처방전을 일일이 전산 입력하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진료카드 등을 IC카드로 바꾸어 발급, 신용카드 등 여러 가지 기능을 탑재해야 한다. 먼저 환자의 경우에는 각종 정보를 대부분 카드 한 장에 수록할 수 있게 돼 병원과 약국에 일일이 들고다녀야 하는 처방전, 의사의 지시사항 등 서면 기록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원무행정에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한 장의 카드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가 IC카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번거로운 접수와 입력 절차를 대부분 생략할 수 있어 환자의 대기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환자나 요양기관의 필요에 따라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등 다른 기능을 탑재해 평상시에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한다면 카드의 유용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요양기관에서는 IC카드를 직원 및 외부인의 특정지역 출입관리에 사용하거나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는 용도로 사용해 정보의 유출을 막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래의 수기로 작성하던 문서들을 대부분 생략하여 경영 합리화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IC카드의 도입만으로는 우리나라 의료정보 시스템의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없다. 또한 카드 발행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C카드는 그 보안성과 편리함으로 전세계 정보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 있어 반드시 거치게 될 하나의 단계임에 틀림이 없고 우리나라의 의료정보 시스템을 한 단계 도약시킬 동기를 제공할 수 있는 매체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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