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열리는 유료화 시대>달러화 주도 세계 금융시장 `핵폭풍`예고

 중국이나 일본에 가서 우리나라 통화인 원화로 물건값을 지불하고 호텔 체크아웃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달부터 유럽국가간에는 이같은 일이 실제로 벌이지게 된다. 15개 유럽연합(EU) 가입국 중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세 나라를 제외한 12개국은 내년 1월 1일부터 마르크(독일), 프랑(프랑스), 리라(이탈리아) 등 자국통화 대신 ‘유로’라는 공용통화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 EU 당국은 이미 지난 9월부터 지폐 140억장, 동전 500억개를 12개 EU국가 및 전세계 금융기관에 보내는 수송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동전은 일반을 상대로 배포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폐도 내달 1일부터 일반에게 선뵌다.

 유로화는 내년 1월 공식 통용후 두달간의 시범사용기간을 거쳐 3월1일부터는 유일한 법정통화로 남게 된다. 따라서 EU당국은 1월 공식 통용 직후 2주내에 회원국 통화의 대부분이 회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 금융질서는 이제 새로운 형국을 맞게 됐다. 이는 테러사태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미국을 견제하는 세력으로 유럽의 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로지역은 경제, 금융, 이문화 포용력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세계적 택배회사인 UPS와 영국 조사기관인 테일러네스른소프레스는 1500개 유럽기업을 상대로 ‘유로화 도입에 따른 견해’를 공동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조사대상 업체의 45%가 ‘유로화 사용이 기업수지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유럽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 기업들은 단일통화로 인한 제품의 가격비교가 쉬워지고, 이로 인해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가장 염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1.5L 코카콜라의 판매가격은 프랑스(6.5프랑), 독일(3.02마르크), 이탈리아(2460리라) 등 각국별 통화에 따라 제각각이다. 하지만 유로화로 계산해보면 각각 1.02유로, 1.57유로, 1.29유로 등으로 환산된다. 제품의 판매가격이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눈에 비교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고 있는 국가에서는 가격조정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몇몇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EU 및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김 연구원은 “우리 기업들도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IT·디지털 제품을 중심으로 제품별 차별화와 권역별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각종 사내 전산DB나 SW프로그램 등을 유로화 기준으로 전환하는 등 세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로 마케팅 10계명

 <표 - 유로화 통용에 따른 국내기업 대응전략> - 데스크에 e메일 제출 완.

 유로화의 통용은 우리 기업에 새로운 대(對) EU 마케팅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기획조사팀이 유럽 현지조사를 통해 밝히는 효과적인 유로 마케팅을 위한 십계명을 살펴본다.

 1. 가격변동을 최소화하라.

 -일단 내년초에는 현 가격체제를 그대로 가져가고, 그 이후에는 심리적 숫자를 고려한 가격조정을 단행하라.

 2. 대형 유통업체를 공략하라.

 -시장통합을 전후로 유통업체간 인수합병 붐이 일면서 시장지배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어 이들 업체의 구매창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3. 제품차별화를 강화하라.

 -내년 초에는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소비위축이 불가피해 내년 중반 이후에 신제품을 집중적으로 출시하면서 크기나 디자인 변경, 옵션조정 등을 통해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

 4. 역내 및 중국경쟁자를 파악하라.

 -시장통합으로 역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제고되고 중국의 저가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5. 유로화 결제를 적극 수용하라.

 -유로화 결제를 선택하면 거래선은 환위험이 감소하고 수출부대비가 줄어드는 장점을 누리는 장점이 발생한다.

 6. 서류를 재작성하라.

 -회사소개서, 카탈로그, 라벨, 송장 등 선적서류를 유로화로 제작해야 한다.

 7. 단기적으로 신규거래선보다 고정거래선 관리에 주력하라.

 -엔지니어 상주, 클레임 신속처리, 판촉물 제공강화, 한시적 가격할인 등을 통해 고정거래선과의 거래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8. 시장을 세분화해야 한다.

 -단일시장이라도 지역별(국별) 세제, 소득, 소비관행 등이 크게 차이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9. 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를 양성하라.

 -노동과 세제 등은 완화되겠지만 환경과 안전에 대한 법규와 규격 등은 가장 높은 기준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신속한 정보수집과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10. 동구권 시장을 재인식하라.

 -물류 및 유통전략을 다시 짜거나 생산기지를 만들 때 동구권 시장을 고려해야 한다. 동구권은 낮은 생산원가과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는 의미에서 재평가되고 있다.

 

 

 ▲유럽돈 이달중 환전하세요.

 ‘유럽돈 환전, 서두르세요.’

 유로화 단일통화 대상국의 현금과 수표 등은 이달내 원화나 달러 등으로 교환해야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독일 등 유럽 12개국 통화(NCU) 등을 가지고 있는 고객들은 이를 이달말까지 환전해야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유로화 지폐와 동전의 일반 통용은 내년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유로화로의 직접 환전은 현재 불가능하다.

 내년 유로화 전면 통용에 대비해 국내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마르크·프랑화 등 유로화로 전환되는 통화에 대해 일반 수수료를 적용한 환전서비스를 실시중이다. 하지만 그 시한을 연말이나 내년 2월말로 정해놓고 있기 때문에 이후 환전시 각 통화 해당국으로의 추심절차 등으로 고객이 부담해야 할 환전수수료가 추가된다.

 한편 기존 유럽국가 통화로 국내서 외화예금에 가입한 경우는 연말에 유로화로 자동 전환되기 때문에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각 은행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송금과 수출입서류 업무 등에서 기존 통화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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