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쁠 수는 없다.
IT업계가 사상 최악의 경기침체로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IT경기가 올해를 저점으로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우세해지고 있다. 가트너·IDC·포레스터리서치 등 전세계 주요 시장조사기업을 비롯해 애널리스트·업계 관계자들은 IT시장이 올해 초부터 소폭의 상승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2003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회복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ID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IT지출 증가율은 전년 12%에 비해 10분의 1 이상 줄어든 1%에 그쳤으나 올해에는 5.5%의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과잉재고 문제로 전반적인 IT경기 전반에 그늘을 드리웠던 반도체 분야가 3세대(G) 이동전화 등의 특수에 힘입어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돼 올해 대부분의 IT분야가 동반 상승세를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반도체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35% 줄어든 1470억달러 정도였으나 올해에는 3% 늘어난 1520억달러를 기록하고 2003년 이후부터는 연 30%대의 성장률로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 데이터퀘스트의 최고 분석가인 리처드 고든은 “2003년에는 2.5G와 3G 이동전화의 전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반도체 수요가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고속 프로세서와 플래시 메모리 등 각종 칩 수요가 폭증해 반도체 산업이 정상궤도에 들어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3G 이동통신은 침체된 이동전화 단말기 시장에도 활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키그룹은 올해 전세계 이동전화시장 규모가 지난해 3억9500만대보다 10% 가량 성장한 4억35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만브라더스 역시 올해 신규 이동통신 가입자가 2억2100만명에 달하고 이동전화 단말기 판매도 지난해보다 15% 가량 늘어난 4억40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동전화를 매개로 한 m커머스 시장도 비약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키그룹의 ‘m커머스 조사 보고서’는 2006년까지 미국의 전체 인구 중 17%인 5000만명이 이용해 이동전화 단말기로 콘텐츠와 상품,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m커머스 사용자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넷 분야의 경우 닷컴기업의 몰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오고 있는 B2B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돼 전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IDC에 따르면 전세계 B2B 시장은 지난해 전년대비 83% 증가한 5160억달러에서 내년에는 78% 증가한 9160억달러에 이르는 등 2005년까지 연 73%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밖에 패키지 SW와 PC 등의 하드웨어 분야도 전반적인 IT경기가 상승세를 타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난 회복세가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이라는 큰 변수가 아직 남아 있어 향후 시장 전개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내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가트너 전문가 3인이 본 세계경제 시나리오
지난해 발생한 9·11 테러로 가뜩이나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 경기는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됐다. 따라서 향후 세계 경기는 미국이 수행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 등과 같은 여러 변수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시장조사기업인 가트너의 전문가들로부터 각각 최상의 경우, 보통의 경우, 최악의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2002년 시장 전망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최상의 시나리오
마이클 제라르드 가트너 부사장 겸 연구담당 이사
전제조건
*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의 성공적인 조기 섬멸.
* 탈레반을 비롯한 테러지원 정권의 안정적이고 친민주적인 정부로의 대체.
* 생물학 테러에 대한 위협 완전 제거.
* 전세계 주식시장의 거래규모가 2분기에 지난해 이전 수준으로 회복.
* 미국의 국내총생산이 2분기에 2% 이상 성장.
* 3분기에 대대적인 고용 발생.
* 소비자 신뢰와 지출의 지속.
* 경기회복에 힘입어 전세계 통화정책이 금융통합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
투자를 동결했던 기업들이 2분기부터 IT에 대한 투자를 재개해 내부적으로 e비즈니스를 도입하고 IT를 대외 경쟁 툴로 채택하기 시작한다. 특히 비즈니스 보안 등과 같은 새로운 이슈들이 IT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만들어낸다.
이에 따라 IT지출은 지난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며 자본 지출은 지난해 이전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최상의 시나리오 하에서는 강화·유지·설비 등에 대한 IT투자가 균형을 이뤄야 하며 최소 10% 이상의 IT예산이 신규 개척 분야에 할당돼야 한다. 또 3∼10%의 IT예산이 금융관리와 관계관리 기술 분야에 이뤄져야 한다.
숙련된 IT인력에 대한 시장수요가 치솟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인력의 보유·모집·보상 등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특히 보안·재해복구·비즈니스기획·모든 인터넷 관련 분야가 주목받게 된다.
40대 이상의 근로자들은 개인 삶에 새롭게 주목하게 되고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보다 빨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도달하는 기회를 제공해주게 된다.
또 기업들은 보다 능력있는 인력을 유치하고 사업장이 보다 유연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 사무실 고급화, 원격 근무, 분산 협업 애플리케이션 등의 도입에 적극 나서게 된다. 특히 기업들은 잦은 이직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자학습, 온라인 커뮤니티, 지식관리 등에 눈을 돌려야 한다.
보통의 시나리오
가트너
전제조건
* 소비자의 신뢰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지만 저축률은 감소.
* 평균 기업 수익이 2002년 중반에 안정화.
* 테러가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한적으로만 일어나며 테러리즘에 대한 국제 공조 지속.
* 파산과 해고가 2002년 2분기에 눈에 띄게 감소.
* 채권과 주식 거래규모가 9·11 참사 이전 수준으로 회복.
기업은 투자자본에 제한을 받게 됨에 따라 상반기 동안 IT지출을 줄이게 된다. 그러나 경영층은 IT가 비즈니스를 다음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인식한다. 기업은 3분기부터 통합과 경영 효율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경쟁력 재고를 위해 IT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다시 늘리기 시작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기업은 이미 투자가 이뤄진 웹 기반 기술, 인프라스트럭처, ERP 등의 이점을 최대화하는 데 주력해야 하며 일부 기대이익이 큰 IT프로젝트만을 선택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자본시장의 유동성은 2분기에 회복돼 투자 회수기간이 긴 사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이어 3분기부터는 기업의 파산과 해고가 줄어든다.
기업의 정보시스템(IS) 조직은 회복기에 신속한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내부의 영업·금융조직 등과 대화하고 강한 유대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해고의 빈도와 규모가 줄어들게 됨에 따라 기업들은 새로운 인력 모집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은 보다 고용자격을 강화하고 한정된 분야의 인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 잠재적인 테러리즘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기업은 직원의 근무처를 분산시키고 원격 근무를 확대하게 하는 한편 직원·공급자·거래선·서비스 업체 등에 대한 신원 확인에 눈을 돌린다. 이에 따라 통신 분야와 정보공유 분야의 기술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기업은 경기회복에 대비해 능력 있는 인력을 신속히 뽑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기업성과 강화를 위해 지식공유에 대해 보상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최악이 시나리오
가트너
전제조건
* 1분기 중에 서방국가나 인구밀집 도시에 테러 발생.
*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중동지역에서 국지전 형태로 확산. 그 결과로 석유와 에너지 부족 사태가 일어나고 여행 및 여가산업이 타격을 받음.
* 아시아를 중심으로 은행 및 기업의 연쇄 도산.
* 세계 경기는 3분기까지 후퇴 양상을 보임.
* 젊은 근로자가 전면전에 동원돼 산업 부문의 인력부족 사태 발생.
* 중동국가와 나토간의 협상 결렬.
* 소비자 신뢰지수가 기록적으로 하락.
* 미국의 실업률이 8%대에 육박.
대기업은 비핵심 사업분야를 축소하고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추는 등 방어적인 기조로 돌아선다. 또 시장 및 현금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적극 고려한다. 비용 및 관리시간 절감을 위해 더 많은 IT서비스의 아웃소싱을 검토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기업은 분산시스템을 보다 중앙 집중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사용자의 노력을 재평가하고 프로젝트 평가시 기업 전체의 사업에 미치는 효과에 주안점을 두도록 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65%는 IT예산을 15% 이상 줄일 것이다. 특히 임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나, 위험성이 있거나, 투자대비 효과가 의문시되는 IT부문의 투자는 75% 정도가 중단된다. 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은 기업의 사업확장을 제한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기업의 IT투자는 현업 근로자의 요구수준에 훨씬 못미치게 되며 이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경기하락이 유발된다.
기업은 비즈니스의 영속성과 물리적인 보안을 위한 IT투자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30% 이하만이 올해말까지 실질적인 투자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새로운 장비 및 소프트웨어 발주를 미루고 사용 빈도가 낮은 IT자원을 처분하고 시스템의 여유용량은 줄여야 한다. 또 전사규모의 통합된 인프라스트럭처 아키텍처를 구현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80%는 외부 고용을 중단하고 봉급과 상여금을 동결한다. 또 10∼20%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다. 특히 이들 중 50%는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조치를 동시에 취할 것이다.
최고경영자들은 개인 프라이버시보다는 노동공간의 보안과 사업의 탄성을 가장 우선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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