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51)에필로그

 디지털정보시대의 암초인 정보격차문제가 조만간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회학자나 IT업계 전문가들의 경고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정보화의 초입단계만 해도 각종 정보기기의 보급 확산과 통신인프라의 확충으로 정보격차문제가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으나 정보화가 진전될수록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이 자취를 감추고 정보격차가 심해질 것이라는 회의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망의 확충과 PC 등 정보단말기의 보급 확대가 꾸준하게 이뤄지고 있는 마당에 정보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니, 도대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하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디지털정보시대의 정보격차가 심화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인터넷과 정보통신 서비스가 끊임없이 진화·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제는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은 전화의 경우 전화기 보급이 완료되면서 정보격차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할 여지가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정보통신서비스는 성격이 좀 다르다. 정보통신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진화·발전하면서 각 서비스 단계마다 새로운 형태의 정보격차현상이 발생하고 정보격차가 중첩되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가령 휴대폰의 첨단기능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거나 휴대폰 자체가 없는 사람은 PC·PDA·무선인터넷·디지털방송서비스 등 다른 IT서비스에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흔히 세대간 격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동일한 세대간에도 정보격차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충분하다. 일례로 새로운 정보기기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계층으로 알려진 10대나 20대 젊은이들간에도 심각한 정보격차 또는 문화지체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온라인게임이나 성인사이트에 중독된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선 건전한 콘텐츠나 지식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미래를 도모하는 젊은이도 적지 않다. 동일한 세대지만 이들간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존재한다.

 정보격차가 중요한 이유는 정보격차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한 사회적 불평등이 확대·재생산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인터넷으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사람은 정보의 바다에서 흘러 다니는 정보를 포착할 수 있는 기회가 일반인보다 훨씬 줄어들게 마련이다. 이는 결국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하려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와 기회를 박탈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저소득층의 자녀는 인터넷으로 제공되는 학습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원천봉쇄되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의 또래집단으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고급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막혀버린 실업자나 저학력층의 노동자들은 취업정보를 획득하는 데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

 이같은 빈곤층 또는 저학력층의 정보소외현상은 결국 정보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린다. 이는 사회적 불평등의 확대·재생산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만다.

 정부나 민간기업, 그리고 시민사회가 한 목소리로 디지털정보시대의 음영지역인 정보격차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정보격차문제를 디지털정보시대의 가장 어두운 단면으로 보고 정보격차해소정책을 다양한 방향에서 추진해 왔다. 주부 인터넷, 빈곤층 PC 보급, 농어촌 정보화, 교도소 정보화, 소년소녀가장 PC 보급, 장애인 정보화 사업 등 각종 정보격차해소정책을 마련해 톱다운방식으로 밀어부쳤다.

 이같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드라이브에 힘입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대국민 정보화의 정책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혹자는 정부가 지나치게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팽창일변도의 관점에서 정보격차해소사업을 추진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지만, 정부정책의 긍정적인 측면까지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보격차해소정책을 종전의 방식대로 그대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적인 여론이 팽배하다. “정부가 앞장서서 주부 인터넷, 청소년 정보화 정책 등을 펼쳤지만 현상적으로 드러난 것은 포르노사이트 중독자나 쓸데없이 컴퓨터앞에 앉아 사이버 잡담에 몰두하는 채팅족만 양산한 것 아니냐”는 통렬한 비판을 이제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보격차해소정책의 질적인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단순히 인터넷 사용자를 양산하는 것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인터넷으로 우리사회가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 무엇이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를 놓고 사회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때다.

 정보격차 해소는 더이상 정부만의 지상과제는 아니다. 또 정부의 정책적인 역량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다. 현재 정부가 ‘새마을 운동하듯이’ 또는 ‘숫자 늘리기식’으로 추진하는 정보격차해소정책은 질적인 수준의 향상을 담보하기 힘들다. 이제는 시민사회와 민간기업도 정부의 정보격차 해소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물론 민간기업과 시민사회의 역량이 아직 미성숙상태이기는 하다. 하지만 민간기업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이 담보될 때 비로소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의 폭이 넓어지고 추진동력도 살아날 수 있다.  

 정보격차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문화센터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농촌지역·빈민지역·정보화소외지역 등에 지역정보센터를 설립하고 정보화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보격차해소사업을 해오면서, 우리나라의 정보격차현상이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단순히 센터를 설립하고 정보화교육을 실시하는 것에서 탈피해 진정 정보화소외계층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정보격차해소정책의 큰 물줄기를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인정보격차협의회 남혜운 사무총장의 말은 우리나라 정보격차해소정책의 허와 실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몇년만에 1000만명을 대상으로 인터넷이나 정보화 교육을 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그러나 솔직히 정보화교육의 질이 좋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특히 노인층이나 장애인층의 정보화교육은 부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령 장애인을 대상으로 정보화교육을 하는 교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이해없이 교육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교육의 전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민간기업도 이제는 정보격차해소사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물론 ‘요즘처럼 어려운 경기여건속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정보격차냐’라는 힐난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사회가 보다 건강해지기 위해선 나눔의 기업 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

 최근 정부는 정보격차해소정책의 일환으로 정보 접근성 지침을 마련,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민간기업들은 장애인 등 정보화소외계층의 정보활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나 단말기의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이 지침은 민간기업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으면 결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

 정보격차해소사업의 가장 핵심에 그동안 정부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자리를 민간기업이 차지해야 한다.

 정부 위주의 정보격차해소정책에서 이제는 정부·민간기업·시민사회가 함께 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 정보격차해소정책의 큰 물줄기가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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