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메신저 플랫폼 통합 신기루인가.’
서비스 제공업체의 프로그램과 관계없이 누구나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인스턴트메신저 플랫폼 통합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디지토닷컴·NHN·버디버디 등 주요 메신저 업체가 참여해 ‘정보기기통신협회(ICA)’까지 설립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였던 관련업계의 플랫폼 통합 계획이 주요 회원사가 상용화에 난색을 보이면서 무산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미 표준규격을 정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완료하는 등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최종 플랫폼 통합 사업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가 불기피해졌다.
◇통합화 진행 배경=인스턴트 메신저는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실시간 메시지 전송·e메일 송수신·파일 공유·전송·채팅과 같은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e메일보다 빠르고 정확한 메시지 전달이나 서로 다른 공간에서도 미팅이 가능한 점 때문에 메신저는 일반 네티즌은 물론 직장인 사이에서도 대표적인 웹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메신저는 e메일과 달리 서비스 주체끼리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예컨대 다음 메신저 회원이 야후메신저 회원인 친구에게 e메일을 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메신저를 이용하려면 야후에도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7월 국내 9개 메신저 업체가 주축이 된 정보기기통신협회(ICA)가 출범했다. 삼성전자가 주축이 된 ICA에는 버디버디·새롬기술·네이버·디지토닷컴·라이코스코리아·미지리서치·유니텔·프리챌 등이 참여했고 이들은 표준 프로토콜을 개발해 참여 내년 1월부터 각 업체 시스템에 반영해 서비스 규격을 서로 공유할 계획이었다.
◇플랫폼 공용화 지연 이유=ICA측은 당초 지난 9월 말까지 표준 프로토콜 기반의 시험서비스를 완료하고 연말까지 모든 회원사가 연동을 마쳐 늦어도 1월부터는 특정 플랫폼과 무관한 인스턴트 메신저를 이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었다. 또 회원사 역시 망사업자·포털사업자·P2P 업체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ICA회원사들은 지난 10월 연동프로토콜 ‘ICAP 드래프트’를 개발 완료했다. 하지만 표준에 합의하고 관련 플랫폼을 개발해 놓고도 선뜻 상용화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 업체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회장사를 맡고 있는 삼성전자는 플랫폼 통합보다는 메신저를 탑재한 단말기 개발이 목적이다. 회원사 규모에 따라 통합서비스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규모가 큰 기업들은 플랫폼 표준화 내지는 공용화에 미온적이다. 플랫폼을 통합하면 개별 회사의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 회사 색깔이 없어져 ‘득’ 보다는 ‘실’이 더 크다는 것이다. 회원들의 로열티 역시 급속도로 낮아져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상용화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통합화 갈 길이 먼가=사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통합화 초기부터 예견됐다. 야후코리아와 라이코스코리아 등 다국적 업체뿐 아니라 다음커뮤니케이션·드림위즈 등 국내업체까지 협회 참여를 꺼려한 점 역시 ‘회원=기업가치’인 상황에서 굳이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는 분석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에도 플랫폼 통합이라는 총론은 공감하지만 어떻게 진행할지에 관한 각론은 여전히 갑론을박인 상황이었다. 업계 공통표준을 개발하자는 입장과 시장지배력 있는 업체를 통한 ‘사실상 시장 표준’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대립했다.
메신저 플랫폼 통합은 이미 하나의 세계적인 트랜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야후·MSN·ICQ 등 8개 업체 역시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통합 플랫폼 도입을 추진하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이 같은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한 국내 업체가 과연 현안을 해결하고 메신저 플랫폼 통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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