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본 2001 컴퓨터업계>(2)SI업체

 올해 2001년은 국내 시스템통합(SI)업체들에 무척이나 힘든 한해였다.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발주되면서 매출과 수익률이 급증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혹독한 프로젝트 기근현상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장환경은 국내 SI업체로 하여금 내부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 수익사업을 준비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주춤해진 SI시장 성장세=연평균 30∼40% 수준에 달하던 가파른 SI시장 성장률을 올해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프로젝트 기근현상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기 때문이다. 몇몇 업체를 제외한 SI업체 대부분이 매출성장과 프로젝트 수주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수익성도 크게 악화됐다. 이같은 부진한 수주실적은 올해보다는 내년도 SI업계 매출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 차질=정치환경과 문화가 다른 해외지역에서 대규모 IT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 한해였다.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았던 베네수엘라 전자주민카드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해외 SI사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베트남 금융정보화시장에서의 선전과 함께 떠오르는 중국 정보화 수요 등 SI가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SI업계 지각변동=올들어 계속된 프로젝트 기근현상으로 SI업체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SI업체간 인수·합병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IT경기 침체가 계속될 경우 자발적인 사업포기 또는 퇴출이 이어지면서 기업간 인수·합병이 구체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되던 쌍용정보통신, 현대정보기술의 해외매각 추진과 LGEDS의 지분협상 문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SI산업 구조혁신=프로젝트 수발주에만 의존하는 현행 SI사업 구조로는 지속적인 회사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부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그 결과 SI업체 사이에는 고효율경영을 통한 사업수익성 제고와 고부가가치 영역에 대한 역량집중, 그리고 프로젝트 수주 중심에서 서비스형 사업구조로의 전환노력이 가시화됐다.

 ◇SI산업 활성화 방안=SI산업을 국가 중추기간산업이자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SI산업 활성화 종합대책이 범정부 차원에서 마련됐다. 정부가 발표한 SI 활성화대책에는 정보화 세제지원과 중소업체 육성, SW계약제도 개선, 업체전문화, 인력양성 및 해외진출 지원 등 SI산업 육성을 위한 각종 지원방안이 포함됐다. 이를 계기로 국내 SI산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내수시장 활성화와 수출촉진을 도모한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민자사업 급부상=국가기반시설(SOC)의 한 축을 이루는 정보시스템 부문 민간투자사업이 SI시장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했다. 스포츠토토복권,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 대전 및 서울지하철 운영시스템, 건강보험증전자카드화사업, 인천신공항철도운영시스템 등이 주요 사례다. 또한 정보화 민자사업은 동남아나 중남미지역 개발도상국가에 국내 IT기술를 수출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SW품질 향상노력=CMM, SPICE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개발품질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으려는 시도들이 본격화됐다. 이는 정부 차원의 SW사업자평가제도 도입과 함께 공공·국방 등 국가 주요 프로젝트의 경우 CMM과 같은 사업수행능력평가가 향후 사업자 선정의 필수요건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포스데이타가 CMM 레벨3를 통과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SDS, LGEDS 등도 CMM 심사작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인천신공항 종합정보시스템 가동=세계적으로도 최첨단으로 인정받은 인천국제공항 종합정보시스템(IICS:Integrated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System)이 지난 3월 개항과 함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97년부터 총 77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IICS는 시험업체의 중도포기와 시범 운영상의 오류발생 등 각종 우여곡절을 겪었으나 향후 인천공항을 세계적인 허브공항으로 발전시키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된다.

 ◇C4I사업 파문=육군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구축 1단계 사업이 국방부의 갑작스런 상용제품 교체 요구로 프로젝트 진행에 상당한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국방부의 상용제품 교체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고 오히려 제품교체를 주장하던 담당 장교가 구속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2단계 C4I사업이 발주돼 쌍용정보통신이 주사업자로 선정됐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