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최근 ‘최저입찰제’를 개선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밑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최저입찰제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하는 한편 최저입찰제에 대한 장비공급업체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경기가 위축되면서 비용절감과 효율 극대화가 최대 화두로 부상하면서 국내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최저입찰제를 통해 장비공급업체간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 설비투자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최저입찰제 시행으로 네트워크 장비를 도입하는 데 있어 가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이에 따른 문제점도 적지 않게 노출되고 있다.
우선 장비공급업체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면서 통신사업자에 공급되는 장비의 품질이 벤치마킹테스트(BMT)를 통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에 맞춰지면서 네트워크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장비공급업체들이 일단 입찰가격을 낮춰 수주권을 획득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장비가 공급된 후에는 유지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사후관리 부분에서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입찰제는 장비공급업체간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을 유도, 업체간 매출부진과 수익구조 악화를 야기하는 등 네트워크업계에 어려움을 가중시켜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장비공급업체의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KT와 SK텔레콤·하나로통신 등 주요 통신사업자들은 최저입찰제를 통한 장비구매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최소화하고 장비공급업체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가격뿐 아니라 장비의 성능과 장비공급업체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장비구매방식 마련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대 네트워크 장비 수요처인 KT와 SK텔레콤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장비구매방식은 아직 검토단계지만 가격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이 같은 움직임이 구체화되면 그동안의 경기침체로 인한 시장 위축은 물론 통신사업자들의 가격인하 압력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온 네트워크업계에도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최저가입찰제를 개선한 새로운 장비구매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한번에 해소되기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도 만만치 않아 새로운 방식이 정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일례로 KT가 추진하고 있는 입찰참여조건 강화는 중소 네트워크업체의 판로를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 있어 중소 장비공급업체들로부터 불만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또 SK텔레콤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장비구매방식의 경우 일단 SK텔레콤의 협력업체로 선정되지 못하면 적어도 1년간 SK텔레콤에 장비를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돼 장비업체들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최저가입찰제를 폐지하고 제품 성능과 장비공급업체의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새로운 장비구매방식이 본격적으로 도입될 경우 그나마 외국 업체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리나라 네트워크 장비산업의 발전이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격이 최대 변수가 되는 최저입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통신사업자들이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새로운 장비구매방식의 도입이 국내 네트워크 장비생산업체들에 반드시 긍정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올 한해 네트워크 장비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치열한 논쟁을 야기한 최저가입찰제 장비구매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단순히 통신사업자들의 ‘장비구매방식 변화’라는 차원을 넘어 국내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판도 변화와 국내 네트워크 장비산업의 앞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새로운 움직임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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