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형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 dhlee@software.or.kr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수출 규모가 연간 3억달러에 못 미치고 있는 우리 소프트웨어산업의 수출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만 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에 있어서는 품질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발생하는 일정 지연, 비용 증대, 낮은 생산성 등의 문제가 빈번하며 때로는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서 선진업체간의 경쟁이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공정의 품질능력에 관한 국제적인 평가를 거쳐야 한다. 현재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이 개발한 CMM(Capability Maturity Model)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신뢰성 있는 척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다섯 단계의 CMM 평가에서 최소 3등급 이상을 받아야 주요 프로젝트의 입찰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미국 정부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보편적으로 채택하고 있는 기준이다.
세계 소프트웨어시장의 판도를 살펴보면 CMM의 품질평가등급이 기업의 실적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90년대 초부터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CMM 평가에서 최고 수준인 5등급을 획득한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57개사뿐이며 이 중 대다수인 36개사가 인도 기업이다. 인도는 지난해 62억달러 어치를 수출한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수출국인데다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 업체들로부터 IT업무를 아웃소싱하고 있어 CMM의 품질평가가 수출실적과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LGEDS시스템·삼성SDS·포스데이타·핸디소프트 등 극소수의 업체만이 CMM 평가를 획득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3등급을 획득한 포스데이타를 제외하곤 2등급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소프트웨어 수출강국의 목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공정의 품질을 혁신적으로 높일 수 있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SI업체의 경우에는 해외진출의 기본적인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프로세스의 품질능력을 향상시켜 3단계 이상의 CMM 등급을 받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관한 한가지 희소식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카네기멜론 대학과 협상을 벌여왔던 CMM 기술협력건이 성사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개선을 촉구하고 관련된 기술의 개발 및 지원을 전담할 한국소프트웨어공학센터(KSEI:Korea 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가 조만간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공식출범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CMM 등급평가를 직접 담당할 선임심사원(lead assessor) 등 전문가를 카네기멜론대학과 공동으로 양성하게 되며, CMM을 통한 품질혁신 기술도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더구나 전세계적으로 CMM 기술을 확보하거나 심사원을 양성할 수 있는 나라가 아직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경우 소프트웨어 품질관리에 관한 한 경쟁국보다 한발 앞서갈 수 있는 기회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CMM 채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내 업계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몇몇 대형 SI업체를 중심으로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공정 평가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CMM 등급 획득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도 가시화되고 있다. 대형 SI업체와 솔루션개발회사들은 CMM 평가계획을 수립해 내부적으로는 품질관리부서의 기능과 조직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품질의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CMM 도입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이 업계 전반에 확산함으로써 그 기술을 기업들의 품질역량에 효과적으로 결합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개선작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한다면 그동안 해외 진출실적이 저조했던 소프트웨어기업들의 국제경쟁력 향상과 수출 증대에 중요한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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