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이버25시>노건일 인하대 총장

　오늘도 변함없이 4시에 눈을 떠서 뒷산을 오르며 출근후의 일과를 점검해 본다. 별다른 일이 없는 한 새벽에 집 뒷산을 오르고 휴일이면 조금 먼 곳의 산을 오르는 것이 나의 유일한 취미이지만 요즘은 거기에 하나가 더 보태어졌다. 일찍 출근해 조간신문들을 정독하다가 좀더 심층적인 자료가 필요할 경우 인터넷으로 기사검색을 하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일자별로 관련기사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나고 필요한 경우 기사 DB를 검색할 수 있으므로 시간절약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후 우리 학교의 전자문서유통시스템에 접속해 각 부서에서 올린 공지사항을 살펴본다. 이렇게 학교내의 각종 중요한 사안을 바로 앎으로써, 이어 열리는 조례회의에서 각 부처 처장들의 보고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대한 합리적인 대책도 강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례회의시에는 중요 사안의 결재를 병행해 진행한다. 아직 부분적인 전자결재만 하고 있지만 학사정보를 망라해 학교에서 유통되는 예산·회계·구매 등 모든 자료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언제든지 본교가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인하종합정보시스템’을 이용, 화면이나 출력물로 검색해 본다. 구축보다 활용이 중요한 전자결재시스템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해 관련 부서들이 꾸준히 준비작업을 해왔으므로 늦어도 내년 후반기께는 실질적인 전자결재를 시행하리라 생각하고 있다.

　그룹웨어뿐만 아니라 본교의 웹사이트를 둘러보는 것도 일과가 됐다. 최근 전면개편해 한층 체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홈페이지(http://www.inha.ac.kr) 첫 화면뉴스에 본교가 국내 최초로 연구비 카드제를 시행한다는 기사가 실린 것이 보인다. 카드제가 실시되면 교수들이 실적보고와 연구비 정산 등에 소요하던 시간을 연구에 투자할 수 있으므로 공부하는 대학 학풍에 크게 기여하리라 생각된다. 또한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자유토론장이다. 때론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휘들이 사용되는 장이긴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정도 젊은 학생들과의 교감이 이뤄지는 것같고 학교 안팎의 생생한 소식을 접할 수 있어 참으로 유용한 곳이다. 이렇게 매일같이 컴퓨터를 대하다 보니 전자우편을 체크하고 정부기관과 교육부 및 대학 관련 사이트를 찾는 일도 자연스럽게 됐다.

　사람들을 만나고 각종 사안을 검토하다 보면 시간이 빠듯하지만 틈 날 때마다 학교를 둘러보는 것 또한 빠질 수 없는 일과다. 벤처기업 동문이 조성한 기금으로 건립되는 벤처관은 산학협동의 산실로서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하루가 다르게 건물의 위용을 갖춰가는 정석학술정보관은 본교가 총력을 다해 건축하고 있는 최첨단·초기능의 명실상부한 전자도서관이며 최신기술을 집약해 신축중인 연구·강의동인 하이테크공학관은 연구교육의 요람이 될 것이다. 현재로는 사이버조감도로만 만날 수 있지만 전자도서관과 하이테크공학관이 완공되는 오는 2003년이 되면 2001년 대학교육개혁평가 1위 및 4년연속 우수대학 선정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e캠퍼스로 재정비하게 돼 동북아시대의 중심대학으로서 실용학풍을 선도하는 배움의 터전이 될 것이다.

　총장이라는 자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는 자리다. 인재양성이라는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지고 있는 자리인 만큼 하루하루가 새로워진다. 이번 일요일에는 겨울을 맞이한 북한산에 올라 2002년을 맞는 구상을 해보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지하철을 타고 가볼까 해서 점심식사후 서랍속에 넣어두었던 교직원 신분증을 꺼내 지갑에 넣는다. 신분증 하나로 교직원식당에서 식사도 하고 지하철과 버스도 탈 수 있는, 교통카드와 은행카드를 겸할 뿐만 아니라 도서대출도 가능한 사이버세상에 내가 살고 있음을 실감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