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株 대세상승 힘 받는다

정보기술(IT)주가 증시활황을 몰고 왔다. 5일 국내증시는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전체 IT주의 상승세로 확산됐음은 물론 종합주가지수를 연중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이날 국내 증시는 반도체를 비롯한 전자부품, 통신장비, 통신서비스, 반도체장비 등 IT 주식들이 선전하며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9월 1일 기록했던 692.19 이후 1년3개월여 만에 최고치인 688.31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무려 38.41포인트(5.91%)가 오르며 700선 고지를 눈앞에 둔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1.28포인트(1.81%) 오른 72.14로 마감,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IT종목은 이제 바닥을 다지고 대세상승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우종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도체와 TFT LCD·전자부품 등 하드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이날 주가급등은 내년도 경기회복을 가정한다면 충분히 근거있는 움직임이며 예전의 단순한 기술적 반등과는 다른 대세상승의 한 과정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반도체, 좋아질 일만 남았다=이날 증시를 이끈 것은 단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26만4500원에 장을 마쳤고 최근 단기 상승폭이 컸던 하이닉스도 4.51% 오른 2780원에 마감됐다. 아남반도체도 상한가까지 올라 4895원을 기록했다.

 이런 반도체주의 강세는 반도체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던 가운데 최근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로 반도체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말 계절적 수요 이후 내년 1분기의 침체기를 걱정하던 비관론자들도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제휴로 D램시장의 빠른 회복쪽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도 반도체주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6.48%나 급상승한 것도 이날 투자심리를 호전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에서 적정주가를 각각 35만원과 42만원으로 대폭 상향 평가하면서 전체 IT주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출시 능력과 D램경기 회복, TFT LCD의 호조가 주가상승의 모멘텀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아직 불확실성이 남아있다는 전망 속에서도 주가는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마이크론과의 제휴로 생존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데다 최근 며칠 사이 D램의 장기 공급가격이 10% 이상 상승하는 등 현재보다는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여러 걸림돌이 나타날 수 있으며 여전히 감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고려돼야 할 요소로 꼽힌다. 또 지나치게 높은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매매 성향으로 갑작스런 급락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반도체장비·재료도 기대감 고조=전날 삼성전자의 LCD부문 투자확대 소식이 단비로 작용했으며 전날 미국에서 UBS워버그가 반도체장비산업의 회복 전망을 내놓은 것도 주가상승 요인이 됐다. UBS워버그는 반도체장비업종의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확신하고 현재 시점이 반도체장비주를 사야할 때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LCD투자 확대에 대해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케이씨텍과 오성엘에스티는 장초반부터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주식시장에서의 관련주 상승을 이끌었고 코스닥시장의 아토·코삼·주성엔지니어링 등과 신성이엔지·미래산업 등 거래소시장 관련주 모두 상한가 대열에 동참했다.

 원익·동진쎄미켐·테크노세미켐 등 재료업체들도 최근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시장 상황을 반영하며 급등했다.

 한편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전날 올해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 규모는 지난해보다 38% 줄어든 296억달러가 될 것이며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2003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 2003년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370억달러에 이르고 2004년에도 23%의 고성장을 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단기간에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업황개선이 힘들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하지만 강세장인 주식시장에서는 현재의 시장상황 부진보다는 앞으로의 기대감을 키우며 주가상승의 요인으로 풀이하는 주가흐름을 보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날 주가상승은 최악의 상황에서 빛을 봤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지만 장비업체들의 업황개선은 삼성전자와 같은 소자업체들의 본격적인 설비투자 확대 이후에나 가시화될 수 있어 너무 큰 기대를 갖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종합전자부품, 삼성전기가 이끈다=삼성전기가 주도하며 소재·부품주의 상승을 이끌었다. 종합전기전자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이날 무려 10.73%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평소 둔한 주가움직을 보였던 삼성전기가 10%대의 높은 주가상승을 기록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이밖에 대덕전자(3.90%), 삼성SDI(6.28%), 대덕GDS(0.51%), 한국전기초자(0.62%) 등도 모두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증시전문가들은 내년 IT분야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지면서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를 주축으로 한 업종대표주에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했다. IT분야의 회복은 가장 먼저 소재·부품의 수요증가를 동반하며 이에 따라 소재·부품 업종대표주들이 실적개선 전망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후식 한국투자신탁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IT산업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종합부품업체인 삼성전기가 이례적으로 10% 이상의 주가상승을 보이며 소재·부품업종의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앞으로 삼성전기의 추가상승 여력은 물론이고 다른 소재·부품 종목에까지 매수세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PC경기도 꿈틀꿈틀=PC업종은 법정관리 대상인 KDS(6.20% 하락)를 제외한 삼보컴퓨터(5.80%), 현주컴퓨터(9.20%), 현대멀티캡(7.50%)이 상승을 이끌었다. PC주의 주가상승은 우선 4분기 계절적인 수요증가에 따른 실적회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란 게 증시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또 내년 미국을 비롯한 유럽 기업들의 PC업그레이드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올해보다 큰 폭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상승을 견인했다는 것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컴퓨터업종 가운데 수출비중이 높은 삼보컴퓨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현주컴퓨터와 현대멀티캡 등이 국내 PC시장에 치중하고 있는데 비해 수출비중이 70%에 달하는 삼보컴퓨터가 해외기업들의 PC업그레이드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태홍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계절적인 수요증가로 인해 컴퓨터 대표 생산업체인 삼보컴퓨터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본격적인 IT경기회복이 점쳐지는 내년에는 컴퓨터업종 전반에 걸친 실적향상과 주가상승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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