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인터넷 기업 좌담회

 ‘해외 진출’이 인터넷기업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해외 진출은 내년도 주요 인터넷기업의 사업 계획에 빠짐없이 포함될 정도로 기업의 사활을 좌우하는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해외에 나가야 한다는 ‘당위론’에는 공감하지만 어떻게 이를 실현할지와 관련된 ‘방법론’은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이에 전자신문사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올리고 있는 8명의 현지 인터넷기업 대표들을 초청, ‘인터넷기업의 해외 진출’이라는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개최했다. 지난 3일 서울 삼성동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소강당에서 열린 이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한국기업들은 수출이나 해외 진출에 다분히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해외에서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사업 계획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 내용을 정리 요약한다.

 △참석자 :

 

 김윤상 유로코넷 사장(EU),

 김응기 게이트4인디아 사장(인도),

 박 윤 태국정보통신 사장(태국),

 배우성 이차이나센터 사장(중국),

 이호익 이호코퍼레이션 사장(필리핀),

 최종구 인터프로 부사장(일본),

 최정호 TJC 사장(일본),

 장호열 볼레넷 사장(인도네시아),

 허영준 글로브21닷컴 부사장(미국),

 신재정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사회),

 

 △일시:12월 3일 오후 3시

 △장소:인터넷기업협회 소강당

 △정리:글=강병준기자(bjkang@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신재정 사무국장=오늘 좌담회에는 해외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활발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인터넷기업의 대표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가 국내 인터넷산업의 글로벌 트렌드를 입체적으로 제시하고 인터넷기업의 해외 진출 전략의 명암을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회사 소개와 현지 국가 환경을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김응기 게이트4인디아 사장=인도의 컴퓨터 보급대수는 430만대, 인터넷 이용자수는 320만명 정도입니다. 오는 2008년 경이면 컴퓨터 보급대수는 2000만대, 인터넷 사용자는 1억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게이트4인디아는 인도 지역에 진출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시장 조사부터 마케팅과 사업 전략에 이르는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정호 TJC 사장=일본의 IT산업을 알기 위해서는 일본 정부의 ‘e재팬’ 전략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e재팬은 IT혁명과 지식 기반 경제로 전환을 기본 이념으로 초고속 네트워크 인프라 정비, 전자상거래와 새로운 환경 정비, 전자정부 실현, 인재 양성 등 4대 정책을 중점으로 오는 2005년 완성을 목표로 추진중입니다. TJC는 일본 오사카시와 공동으로 한국 벤처기업 유치 등 지역 IT산업을 육성하는 데 긴밀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장호열 볼레넷 사장=인도네시아는 인구의 10%가 전체 경제 90%를 차지할 정도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각합니다. IT분야는 우리나라보다 3, 4년 정도 뒤처져 있습니다. 볼레넷은 인도네시아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각종 IT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종합 인터넷기업입니다.

 ―배우성 이차이나센터 사장=해외 진출 기업 가운데 열에 아홉은 중국을 생각할 정도로 중국은 이미 한국에는 최대 수출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의 성장 원동력은 점진적인 시장화와 자유화, 연해 중심의 공업화 전략, 대대적인 사회간접자본 투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국 시장은 최근 반도체·통신 관세를 인하해 이 분야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물류와 유통 분야, 금융, 인터넷 서비스, 정보통신 등도 유망합니다.

 ―신재정 사무국장=국내 인터넷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데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윤상 유로코넷 사장=아시아 지역에 진출할 때는 현지 인맥과 네트워크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EU는 기술과 마케팅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EU에서는 한국이 생소할 정도로 국가 이미지나 브랜드가 취약합니다. 중국 못지않게 비즈니스가 성사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체계적인 사업 계획만이 성공적인 EU시장 진출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EU에 진출할 때는 일개 업체가 단독으로 나가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여러 업체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진출하는 것이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최종구 인터프로 부사장=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말이 맞을 정도로 비즈니스 관행이 한국과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일본은 대만이나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로열티의 개념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또 서로의 이익을 추구할 때 성공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즉 일본 기업을 자금원 또는 투자와 연결 지을 때는 진출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인정받는 기업만이 일본에 진출해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허영준 글로브21닷컴 부사장=미국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미국법을 따라야 합니다. 그리고 미국 시장의 구조와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진출에 앞서 폭넓은 상품군에 대해 조사하고 제품을 선정하며, 경쟁사의 제품이나 기술력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또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대한 철저한 자료 분석과 전문 기관을 활용해 파악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마켓 플랜을 통해 최소한의 시행착오를 거쳐 보고,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 높기만 한 미국 시장의 진입 장벽도 쉽게 넘을 수 있습니다.

 ―이호익 이호코퍼레이션 사장=필리핀 진출을 원하는 기업가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조급하게 생각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필리핀이 비록 인터넷 사용 인구나 인프라는 크게 뒤처져 있지만 금융이나 제조업 분야는 아직도 아시아 국가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탄탄합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비즈니스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착실히 정도를 밟고 기술력과 제품 브랜드를 알려 나갈 때 비로소 그들도 대화를 시작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호열 볼레넷 사장=인도네시아에 진출할 때는 브랜드 파워와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거래 관행 면에서 가급적이면 성능보다 브랜드를 중시하고, 장기간 잦은 커뮤니케이션이 비즈니스에도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또 사업을 실제 수행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를 선정해야 합니다. 진출 후 얻고자 하는 목적, 예를 들면 기업 홍보, 수익, 해외 거점 등을 명확히 해 이에 맞는 파트너를 찾아야 합니다. 여유가 있다면 1개월 이상 현지 거주를 통해 인터넷 시장 조사와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입니다.

 ―김응기 게이트4인디아 사장=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장기적인 진출 전략과 목표를 설정하고 자신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분야별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전술적인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또 정책·제도·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거쳐야 합니다.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파트너에 대한 철저한 신용 조사와 자격 심사도 필요합니다.

 ―신재정 사무국장=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들에 도움이 될 만한 충고나 정책 측면에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박윤 태국정보통신 사장=다른 나라에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는 기업을 ‘IT홍보 대사’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미 그 나라에서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해당 분야에서 일정 정도의 성과를 올리고 있는 기업을 해외 홍보 채널로 활용하면 기업과 국가 모두에게 득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 김윤상 유로코넷 사장=한국 기업은 해외 진출을 투자자나 다른 기업에 보여 주기 위한 ‘전시 행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수많은 인터넷기업이 해외 진출을 부르짖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만한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말 해외 진출을 원한다면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사 차원에서 밀고 나갈 때 작지만 소중한 성과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해외 진출에 앞서 다시 한번 왜 해외에 나가는지에 대한 심각한 자문이 필요합니다.

 ―배우성 이차이나센터 사장=맞습니다. 최근 중국이 새로운 IT시장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이 중국에 진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조사한 바로는 한국에 알려진 중국 진출 기업 중 10% 정도만이 그나마 성과를 올리고 있는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다분히 투자자를 의식한 언론플레이였다는 얘기죠. 이같은 국내 기업의 고질적인 관행이 없어지지 않는 한 해외 진출은 여전히 탁상공론에 그칠 것입니다.

<정리=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