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어르신 모시기` 붐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원로 과학자 예우 바람이 불고 있다.

 더욱이 이 같은 분위기 조성은 일부 출연연을 중심으로 과학기술계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원로 과학기술자의 경륜과 노하우를 연구개발이나 관련 업무에 재활용하자는 취지로 추진되고 있어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일 출연연에 따르면 연구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원로 과학자 예우에 나선 기관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 등 3개 기관이다.

 KISTI는 내년부터 운영할 방침으로 지난달 연구원 내 1층에 20평 규모의 원로 과학자 카페를 완공해놓고 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의 예산을 기다리고 있다.

 원로 과학자 카페는 연구 과정에서 쌓은 퇴직 과학자들의 노하우를 정책에 반영하거나 해당 분야의 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벤처기업의 기술 가이드로 활용하는 한편 이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해 상호친목을 도모할 계획이다.

 특히 IMF체제 이후 고급인력이 무더기로 퇴직함에 따라 사장되고 있는 고급 정보와 노하우를 활용하고, 원로 과학자에게 일정액의 활동비를 지급함으로써 이들이 아직도 일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ETRI는 최근 원천기술연구소가 위치해 있는 3동의 명패를 ‘경상현관’으로 바꿔 달았다. 경상현 박사는 ETRI 전신인 한국전기통신연구소 3대 소장(84년 7월∼85년 3월), 한국전자기술연구소 5대 소장(85년 1월∼85년 3월)을 거쳐 현재의 ETRI 초대 원장(85년 3월∼92년 5월)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정보통신업계의 거목이다.

 ETRI는 경 박사에 대한 예우가 후배 연구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원천기술연구소 3동에 명패를 바꾸고 명명식을 거행한 바 있다.

 또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는 내년 1월부터 연구단지에 입주해 있는 연구기관에서 장기근속한 뒤 퇴직한 원로 과학기술자에게 연구원 복지시설인 체육공원 이용시 할인혜택을 부여할 계획이다.

 연구단지에서 20년 이상 재직한 후 퇴직한 연구원이 만 55세가 됐거나 연구단지 입주기관 기관장으로 재직한 뒤 퇴직한 원로 과학자들에게 골프장 코스 및 연습장 이용요금을 20% 할인, 연구원들과 똑같이 대우한다.

 관리본부 관계자는 “수요 조사 결과 연간 7000만∼8000만원 가량 수익 감소가 예상되나 원로 과학자들은 예우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되고 후배 연구원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열심히 일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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