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는다.’
마이클 더글러스, 우디 앨런, 커티스 핸슨 감독 등 초호화 캐스팅이 미개봉작의 주연과 감독이라면 믿겠는가.
미개봉작이라면 3류 영화, 또는 대형 블록버스터에 끼워 판매되는 아류작일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비디오 대여점에서조차 진열대 한귀퉁이에 밀려나 있던 미개봉작들이 최근 영화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서 인기작품으로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 더글러스 주연의 ‘원더보이즈’, 올란도 존스 주연의 ‘더블테이크’, 우디 앨런 감독·주연의 ‘섹스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 등이 대표작.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후보에 오른 ‘더 클레임’은 미개봉작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린 작품.
드라마·컬트영화·제3세계영화·흑인영화·유럽영화 등 탄탄한 시나리오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코드차이, 시대상황 부적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개봉되지 못한 작품이 비디오로 재탄생하고 있다.
‘원더보이즈’는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비 맥과이어 등 미개봉작 답지않은 초호화 캐스팅이 돋보인다.
영문학과 교수인 그래드 트립이 주임교수 아내인 사라와 불륜을 저지른다는 설정의 코믹드라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커티스 핸슨 감독의 명 연출과 결합된 탄탄한 시나리오를 확인할 수 있다.
토마스 하디의 소설 ‘캐스티브리지의 시장’을 바탕으로 제작된 ‘더 클레임’은 올해 베를린영화제 금곰상 후보에 오른 수작.
이 작품은 나스타샤 킨스키라는 걸출한 스타의 출연못지 않게 탄탄한 구성력을 바탕으로 서부 금광개척시대 한 부부의 기구한 사랑을 서사적으로 그려낸다.
올란도 존스 주연의 ‘더블테이크’는 국내 미개봉작이지만 미국에서도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은 흑인영화.
하버드대를 졸업한 증권가의 잘나가는 행운아 대릴 체이스는 한순간에 재산을 다 잃고 살인누명까지 쓰지만 사기꾼 프레디 티파니를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코믹액션이면서도 마니아 사이엔 결코 어설픈 폭력과 과장이 없는 절제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악마의 씨’는 ‘테스’와 ‘차이나타운’으로 잘 알려진 로먼 폴랜스키 감독의 공포물.
69년에 만들어진 영화지만 최근 비디오로 출시돼 우리곁에 다가온 작품. 뉴욕에 사는 한 임산부가 ‘이웃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나쁜 짓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실적 공포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을만 한다.
최근 비디오가에는 작품 구득난 심화에 따라 미개봉작이 적지않게 출시되고 있다. 장르도 다양할 뿐 아니라 개봉작 못지않은 수작도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웬만한 작품을 모두 감상한 비디오 마니아가 아니더라고 이제 미개봉작에 눈길을 돌려볼 만하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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