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의 세계>(48)경쟁력 향상·저작권 보호

◆마크애니 최종욱사장 juchoi@markany.com

 

 올해 우리나라 쌀 비축량은 지난해 909만톤보다 370만톤이 늘어난 1279만톤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한국 사람들이 주로 먹는 자포니카 쌀을 생산하기 시작한 중국의 동북 삼성에서 생산한 쌀은 한국보다 80% 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쌀 재고량은 9400만톤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의 비축량보다 7배가 많은 쌀이 중국 창고에 쌓여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남아도는 식량 문제는 한국이나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유럽 국가들도 남아도는 식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선진국들의 농업생산은 지난 50년대에 비해 300% 정도 증가했지만 마땅히 수출하거나 처리할 곳이 없다. 각 정부는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현대화에 따라 맬더스의 인구론은 점차 이론적 가치를 잃고 있다.

 자동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생산량은 늘지만 노동자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것은 제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 교수에 따르면 오는 2020년 선진국 제조업의 생산은 현재에 비해 200% 증가하지만 제조업 노동자 수는 현재의 10∼12% 수준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제조업이 사회와 개인의 부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컬러TV를 무게로 달아서 팔고 있고 엄청난 규모의 중국 가전공장에서 생산된 냉장고와 전기오븐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도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기술력과 생산성을 내세우기 어렵게 된 셈이다. 이처럼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세계는 빠르게 지식사회화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농업과 제조업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잘 깔려진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뿐이다.

 다행스럽게 우리에게는 이를위한 자원과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

 인터넷 사용자 수는 지난달 현재 1670만명으로 미국(1억200만명)이나 일본(2000만명)에 이어 세계 4위이다.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수는 지난 9월 기준으로 703만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과 일본을 앞지르는 수치다.

 이제 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콘텐츠의 확보와 사회적인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현재 정부가 앞장서서 디지털콘텐츠의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존 아날로그 형태의 콘텐츠를 단순히 디지털화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콘텐츠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유료화를 위한 제도적 정비를 비롯해 사회적 인식 변화 그리고 정부의 보호장치 등이 완비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인터넷 콘텐츠는 공짜’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콘텐츠제공사업자들에 유료화를 통해 콘텐츠가 돈이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주어야 한다.

 최근 SBSi는 과감한 유료화 전환을 통해 질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면 사용자들도 유료화를 받아들인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이클럽과 프리챌에서의 아바타 판매 역시 마찬가지다.

 이어 법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한다.

 미국은 저작권 보호를 위해 저작권 표준기술을 마련하고 이를 콘텐츠제공업자(CP)들에게 반드시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미국은 기술을 훼손시키거나 의무규정을 어길 경우 처벌을 하는 SSSCA법안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을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미국의 의지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농업이나 제조업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하는 것은 너무나 무모해 보인다.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과 이동전화 보급률을 가진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할 미래 산업은 디지털콘텐츠 산업임이 분명해졌다.

 우수한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하고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가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저작권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 60년대 우리가 무모하리만큼 많은 예산과 인력을 동원했던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결국 우리 산업발전의 근간이 됐음을 떠올리면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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