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 채널정책 발표 파장

 19일 방송위원회의 채널정책 발표에서 가장 큰 쟁점사항은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과 SMATV(Satellite Master Antenna TV) 도입 등이었다.

 방송위원회는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전송과 관련해 지상파방송의 방송권역을 벗어나는 재송신에 대해서만 2년간 허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사실상 위성방송의 손을 들어줬다. 방송위원회는 또 위성방송의 SMATV 도입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고 유보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방송의 재전송과 SMATV 도입에 반대해온 지방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업계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날 발표된 방송위의 채널정책운용방안은 그동안 지상파와 위성방송, 케이블TV방송 등 매체별로 첨예하게 대립돼 온 사안들에 대한 것이어서 향후 방송산업의 향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과 관련해 방송위가 내린 결정이 일단은 위성방송에 유리하지만 지방 방송사들에도 2년이라는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양쪽 모두를 달래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위성방송과 지방 방송사들은 환영보다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위성의 경우 권역내에서만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에 방영되는 MBC와 SBS 등을 지방으로 재송신할 수 없게 됐다. 이렇게 될 경우 초기 지방 가입자를 끌어들이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위성방송측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지방 방송사들의 불만을 더 크다. ‘지상파방송의 재전송 전면 불가’를 외쳐왔던 지방 방송사들은 비록 2년간 중앙방송이 재전송되는 것을 막기는 했지만 2년간 방송실무를 통해 콘텐츠와 운영 노하우가 쌓인 위성방송이 대대적인 공세를 가해올 경우 이를 막아내기가 어렵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결국 지방 지상파방송사들은 위성방송의 힘에 눌려 고사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으로 인해 조직적인 반발이 예상된다.

 또 이번 채널정책 운영방안에서 SMATV에 대한 내용이 빠진 것은 현재 케이블TV업계와 위성방송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 논의하고 있기 때문에 우선 자율적인 협상에 맡기겠다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현재 양측은 SMATV와 관련해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으나 가장 큰 쟁점사안 중 하나였던 지상파 재전송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내년 3월 본방송 실시 이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견을 접근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상파 재전송에 반대해 온 케이블TV업계가 이 문제를 이유로 SMATV 협의체에 불참할 가능성도 있어 낙관만 하기에는 이르다.

 한편 이번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방송위원회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당초 지난달 말 발표키로 했던 정책보고서를 보름이나 늦추면서까지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율작업을 벌였고 결국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충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심에도 불구하고 위성방송은 물론 지방 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SO)협의회(회장 유재홍)는 이날 오전에 방송위의 정책발표에 앞서 방송회관 3층에서 임시총회를 갖고 방송매체간 균형발전을 파괴하는 위성방송의 지상파방송 재송신과 SMATV 이용계획을 반대하는 대정부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결의문에서 SO협의회는 방송법상 불법행위인 위성방송의 SMATV 이용계획을 즉시 철회하고 위성방송의 지상파 재송신은 방송매체간 균형발전을 위해 절대 허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위성방송정책을 즉시 시정조치해야 할 것이며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는 위성방송 사업허가취소 청구소송 등 방송위의 직무유기에 대해 끝까지 법적인 대응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도 이날 방송위의 발표에 이어 ‘위성방송 통한 지상파 재송신을 즉시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위성방송은 이 성명서에서 ‘법적용의 타당성을 상실한 유감스런 정책이었으며 난시청지역에 재송신을 즉시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이번 발표는 이해 당사자 어느 한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안이 되고 말았다.

 결국 싸움을 말리기보다는 싸움에 기름을 붓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방송계에서는 이번 사안들이 밥그릇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인 만큼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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