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시스템은 패션이 아니다

 ◆임대진 한국아이오나테크놀로지 사장 dj.lim@iona.com

 최근 수년간 기업들은 경쟁력 향상 및 효율적인 기업 운영을 목표로 IT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왔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우 선진 시스템 도입에 더욱 적극적인 편으로 경기 침체기인 최근에도 EAI, B2Bi, CRM 등에 대한 도입 움직임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은 미래를 대비하려는 것으로 반길 만하다. 그러나 신기술 중심으로 무작정 기존의 시스템을 전면 수정하거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추진함으로써 중복 투자를 초래하거나 투자 비용에 비해 성과가 보잘 것 없는 결과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시스템 개편이나 신시스템 도입 고려시 신중하고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가지 참조할 만한 사례를 소개할까 한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직원수 10만8000여명 규모의 세계 제4위 은행인 크레딧스위스는 99년 전사적 차원에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이 회사 테크놀로지 & 서비스 사업부는 자사의 시스템 인프라를 분석하는 한편 새로운 시스템 요건을 정의했으며 올해 말까지 3년여에 걸친 대규모의 시스템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크레딧스위스는 ‘관리가능한 혁신’ 및 기존 IT플랫폼의 리아키텍처(ReArchitecture)를 전략으로 내세우며 크게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첫번째는 기술 중심으로 시스템 아키텍처를 디자인하기보다는 서비스 중심의 시스템 아키텍처를 디자인함으로써 먼저는 고객 서비스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것. 두 번째는 기존의 시스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보호함으로써 과거 30여년 동안 메인프레임 시스템에 축적한 데이터는 물론 노하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영역에 따라 요소 기술을 차별화함으로써 최적의 시스템 환경을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로 크레딧스위스는 하나의 기술이 모든 영역에서 최적의 성과를 낼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각각의 기술 특성을 감안해 백엔드에는 코바를, 미들웨어 계층에는 자바 서버를, 프론트엔드에는 HTML과 자바 클라이언트를 혼용하는 구도로 시스템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 결과 크레딧스위스는 지난 3월 기준으로 0.5초의 응답 시간을 보장함으로써 실시간에 가까운 고객 서비스가 가능해졌으며 3500여명의 사용자들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완비하게 됐다. 또 올해 말까지 같은 원칙 아래 프로젝트 일정을 지속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서비스를 위한 애플리케이션 및 인프라 개발, 구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크레딧스위스 측은 3년여의 짧지 않은 기간동안 일관된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상당 부분 업무 효율성 및 고객 서비스를 향상할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서는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크레딧스위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시스템은 결코 패션이 아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을 좇듯이 신기술을 추구하는 대신 기업의 비즈니스 특성을 최대한 고려한 서비스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다. 또한 특정한 패션 스타일이 한 시대를 반영하는 것과는 달리 각각의 특화된 기술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최적의 시스템 환경을 제시할 수 있다.

 자고 나면 신기술이 새롭게 대두되는 최근, 무작정 신기술을 추구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보다는 기업의 서비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가장 적합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또 하나의 기술로 모든 필요한 기능을 구현하려는 시도보다는 각각의 기술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이들 기술을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이같은 노력이 병행돼야 투자 비용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으며 목적한 바대로 경쟁력 향상을 통해 미래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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