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비 재발주 방식의 프로젝트 수행이 새로운 정보화사업 추진형태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의 통합발주나 단계별 사업추진 형태가 대형 프로젝트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데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형 프로젝트에 흔히 적용되는 통합발주의 경우 주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모든 하드웨어나 솔루션 사양이 결정돼 사업진행 상황에 따른 시스템 변경이 불가능했다. 3∼4년의 장기 프로젝트를 연도별로 나눠 진행하는 단계별 사업추진 방식도 사업단계에 따라 주사업자가 달라질 경우 전체 시스템간 연계가 어렵고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초대형 국방프로젝트인 육군전술지휘자동화체계(C4I)사업이 상용제품 교체문제로 국방부와 사업자가 마찰을 빚고 1단계와 2단계 사업수행업체가 서로 달라 전체 시스템간 연계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산장비 재발주 방식=기존 통합발주와 단계별 사업추진 형태가 지닌 하드웨어 변경과 책임소재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SI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선 전산장비 재발주 방식은 업무분석과 시스템설계를 완료한 단계에서 전산장비를 구매함으로써 목표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하드웨어와 솔루션을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또 단일 전담사업자가 2∼3년에 걸쳐 시스템개발과 통합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전체 시스템간 연계가 쉬워지고 사업결과에 따른 책임소재도 분명해진다.
실제로 이번 정통부의 우편물류통합정보시스템사업에서 하드웨어나 패키지소프트웨어 등 전산장비(300억∼400억원 예산규모) 도입은 시스템 분석·설계단계를 마친 전담사업자가 구매사양서를 제출하면 제안요청기관(정통부)의 심의를 거친 후 일반공개입찰을 통해 구매하게 된다.
전담사업자는 단계별 사업추진에 필요한 전산장비를 추천할 수 있으나 제품에 대한 검증과 최종결정권은 제안요청기관이 가진다. 대신에 오는 2004년까지 27개월간 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할 전담사업자에는 업무설계 및 프로그램 개발과 시스템통합, 품질보증, 협력사업자관리 등 전체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사업결과에 따른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특히 SI전문가들은 “전산장비 재발주 방식은 시스템개발과 하드웨어 부문만을 별도로 분리해 프로젝트를 발주함으로써 하드웨어 가격조정 등을 통한 저가입찰의 관행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없나=SI업계는 “전산장비 재발주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더라도 100% 기술평가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저가입찰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영업적인 편법동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담사업자와 추진기관이 하드웨어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서로간의 견제기능을 상실할 경우 예산 부풀리기와 같은 또다른 병폐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하드웨어 도입을 포함한 전체적인 사업규모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프로젝트 투입비용이 실제보다 확대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번 우편물류통합정보시스템사업만 해도 전체 예산규모가 1000억∼2000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소문과 달리 정통부는자동화장비를 제외한 500억원대의 예산만을 책정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관계자도 “전담사업자로 하여금 향후 구매할 전산장비에 대한 기본적인 사양은 제시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하드웨어나 패키지소프트웨어 사양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는 점은 사업주체로서 다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장비 재발주 방식은 기존 통합발주나 단계별 사업추진에 비해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어 공공 및 민간부문의 다른 정보화사업 추진기관들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이라는 것이 SI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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