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건설교통부 등 정책당국의 강력한 의지에 힘입어 교통카드 전국표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표준화 실시에 앞서 곳곳에서 걸림돌이 발견되고 있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주도로 한 단말기에서 5종의 전자화폐를 수용할 수 있는 표준SAM을 개발중이지만 △기존 민간업체들이 보유한 특허권 △키관리 방안 △기보급 단말기의 성능개선 작업 등 소위 기술외적인 과제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와 전문가들은 표준SAM 개발과 함께 이같은 문제점들을 병행 해결하지 않을 경우, 교통카드 표준화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업계 및 관계당국에 따르면 ETRI는 교통카드 표준SAM을 올해 말까지 시제품 형태로 개발, 기능시험을 마무리하고 내년 2월까지는 최종 성능시험을 완료해 상용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접촉식카드 전자화폐인 몬덱스와 비자캐시도 최근 각각 경덕전자(서울 버스카드 단말기 공급사)와 스마트카드연구소를 통해 비접촉식(RF) SAM 개발을 완료하고 표준SAM에 반영키로 하는 등 기술적으로 빠른 진척을 보고 있다.
그러나 특허권·키관리·단말기성능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속속 불거지면서 당초 예정된 표준화 일정이 상당기간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표준SAM 특허권의 경우 삼성SDS·인텍크산업·스마트로 등 기존 단말기 공급사들이 보유한 특허를 비켜가야 하므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 ETRI 조진만 선임연구원은 “기술절차를 피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중”이라며 “현재로선 개발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SAM 상용보급과 동시에 쟁점이 될 키관리 문제도 당장 해결을 위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표준SAM이 보급되더라도 공동 키관리기구가 없으면 특정 교통카드 사업자가 거부할 경우 표준SAM 이용을 강제할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역별·교통수단별로 해당 사업자가 자신들의 키를 직접 관리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기보급된 버스·지하철 교통카드 단말기들이 두 개 이상의 SAM을 보드에 장착하면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금은 호환이 된 서울 버스·지하철카드의 경우 각각의 단말기 보드에 꽂힌 두개의 SAM에 더해 표준SAM을 추가할 경우 표준SAM은 처리불능 내지는 속도가 현저히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선발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드를 설계하면서 시장장벽을 치기 위해 원천적으로 복수개 SAM 장착을 막았다는 소문도 있다”면서 “성능개선을 위해 기존 교통카드 사업자들의 전면적인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통카드 표준화 작업이 실질적인 힘을 얻으려면 정책당국과 업계가 이같은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조속히 공동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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