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철 LG전자 사장
지난 2일 SBS에 이어 KBS가 디지털 본방송을 시작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시대가 열리게 됐다. MBC와 EBS 역시 조만간 디지털방송을 시작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말로만 듣던 디지털방송이 우리의 안방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아직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시청할 수 있는 부분 방송이긴 하지만 디지털방송이 정규 채널로 전파를 타게 됐다는 것은 우리나라 방송사상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방송이야말로 디지털세상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음을 실감케 하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인데다 그 영향력이 사회 전반에 광범위하게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에 있을 월드컵 행사를 거쳐 2003년 6대 광역시 그리고 2005년 전국으로 시청권이 확대되면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양식이나 커뮤니케이션 방식, 나아가 사회구조에까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경제산업적으로도 디지털방송이 우리 산업에 미칠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디지털TV 세트시장만 해도 앞으로 수년간 연평균 90% 이상 고속으로 성장해 2005년경이면 무려 278억달러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디지털TV에 관한 다수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큰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콘텐츠·서비스·홈쇼핑 등 디지털방송과 관련된 산업 분야까지 포함하면 디지털방송으로 인해 창출될 산업적 효과는 일일이 헤아리기가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디지털방송의 파급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과거 흑백TV나 컬러TV가 등장했을 때와는 비교조차 안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그처럼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방송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은 의외로 조용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방송이 무엇인지, 그런 방송이 시작됐는지조차 모를 만큼 조용하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온 나라가 잔칫집처럼 들뜨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기만 해서도 안될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방송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그래서 많은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시작된 디지털방송이 이른 시일 내에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의 산업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방송프로그램이 풍부해져 디지털TV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며 다양한 서비스가 서로 연계돼 신규고용이 창출되는 등 산업적으로도 연쇄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한 PDP 등 디지털 디스플레이 분야의 수출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이야말로 디지털방송을 활성화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는 방송사만의 일도 아니요, 디지털TV 제조업체들만의 문제도 아닌 정부와 방송사 그리고 업체가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고 함께 추진해야 할 일이다.
특히 정부는 디지털TV산업의 조기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디지털TV 제품에 대한 특소세를 일정 기간만이라도 면제하거나 인하하는 등 세제상의 지원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 및 서비스가 개발되고 보급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산업의 육성책도 세워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디지털방송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홍보활동이다. 디지털방송이 어떤 것인지, 언제 시작되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방송이 활성화되기는 어렵다.
업체들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디지털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생산성을 높여 제품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방송사는 시청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ISP·SW업체·통신사업자 그리고 금융 및 유통업체 등과의 제휴를 통해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나라가 디지털방송을 앞서 실시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살려서 사회문화적으로나 경제산업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금 시점에서 관련되는 모든 부문이 디지털방송 활성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외국의 업체들에 제공하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조급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사장 bcjung@lg.com
오피니언 많이 본 뉴스
-
1
[ET단상] 다양한 OS환경 고려한 제로 트러스트가 필요한 이유
-
2
[ET시론]AI 인프라, 대한민국의 새로운 해자(垓子)를 쌓아라
-
3
[보안칼럼]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리 방안
-
4
[기고] 딥시크의 경고…혁신·생태계·인재 부족한 韓
-
5
[ET시론]2050 탄소중립: 탄녹위 2기의 도전과 과제
-
6
[ET단상]국가경쟁력 혁신, 대학연구소 활성화에 달려있다
-
7
[콘텐츠칼럼]게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수립 및 지원 방안
-
8
[김종면의 K브랜드 집중탐구] 〈32〉락앤락, 생활의 혁신을 선물한 세계 최초의 발명품
-
9
[ET시론]양자혁명, 우리가 대비해야 할 미래 기술
-
10
[디지털문서 인사이트] 문서기반 데이터는 인공지능 시대의 마중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