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영>경영프리즘(33)경영아웃소싱

 일본 제조업체인 A사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시장타당성과 경쟁우위에 대해 컨설팅을 받았다. 컨설팅 결과는 만족할 만했다. 그런데 문제는 컨설팅안에 따라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었다. 일본과는 다른 외부환경 때문이었다. A사는 고민 끝에 컨설팅 업체의 일부 컨설턴트를 6개월간 상주시키고 마케팅, 전략제휴, 조직세트업, 마스터플랜 확정 등 경영 전반의 사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결정했다. ‘경영 아웃소싱’의 한 사례다.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겠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디지털경제시대의 최대 이슈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하고 다른 부가적인 것은 아웃소싱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의 모든 활동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활동하려 했으나 이러한 인-하우스(In-house) 활동이 비효율적, 비효과적인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기업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선진 해외기업뿐만이 아니라 국내기업들도 이제는 아웃소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특히 생산, 물류,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이미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그 성과도 검증됐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도 이제는 핵심역량에 기초한 사업전개활동의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는 것이 경영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이른바 호텔업계에서는 이미 확산돼 있는 위탁경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경영 아웃소싱은 기업가치의 극대화란 기업목적이 부각될수록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까지 컨설팅 업계 등 일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경영 아웃소싱’ 개념은 컨설팅 업체들이 주체가 되고 그 대상은 주로 경영혁신이 절실한 대기업 및 중소기업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영 컨설팅이 성숙돼 있는 미국에서도 투자회사겸 컨설팅 회사인 KKR와 CD&R가 경영 아웃소싱 개념을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서도 맥세브 등을 비롯해 일부 컨설팅 업체들이 경영 아웃소싱 개념을 전파하면서 업계내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그렇다면 경영컨설팅과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맥세브 홍대순 상무는 “같은 컨설팅 업체가 주체란 점에서는 특별히 다른 것은 없지만 실행단계에서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강조했다. 즉 기존 경영컨설팅이 기업진단―기업전략적 방향 및 전략수립―실행계획까지 안을 만들고 실행에서는 간접적으로 조언에 그쳤다면 경영 아웃소싱은 실행단계에 직접 참가한다는 것이 크게 다른 점이다.(그림참조) 경영컨설팅은 실행단계에서 그동안 조언자 정도에 그쳤는데 아웃소싱은 함께 경영을 해나간다는 점에서 더 적극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할 때 △일부 사업부문을 분사할 때 △기존 회사의 사업전환이 절실할 때 경영컨설팅을 받아왔다. 이같은 경영컨설팅이 끝나고 실행단계로 넘어설 때 경영 아웃소싱이 시작된다. 방법은 크게 인적자원만 투입되는 경우와 자본까지도 함께 투입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자본을 투입한다는 점에서는 벤처캐피털이나 구조조정전문회사(CVC) 등을 연상할 수 있으며 인적자원 투자쪽으로 보면 컨설팅업체를 떠오르게 만든다.

 경영 아웃소싱의 실행단계를 살펴보면 경영 아웃소싱 주체는 고객기업과 함께 사업전략적 방향을 수립한 후 고객기업의 경영진 또는 주요 임원 역할을 수행할 위탁경영팀을 파견한다. 그 다음 일정한 기간을 설정한 후 위탁경영을 실시함으로써 제3자 또는 외부인의 입장이 아닌 고객기업 내부자의 입장에서 고객기업의 사업전략 추진과 관련된 경영이슈를 결정하게 된다.

 경영 아웃소싱의 강점은 컨설팅 결과에 따라 그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컨설팅 결과가 기업에서 실현되는 단계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왜곡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편이 되는 셈이다. 특히 실행단계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제대로 커스터마이징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경영 아웃소싱은 아직 검증된 모델은 분명히 아니다. 이와 관련해 눈에 띄는 구축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최근 여러모로 크게 바뀌고 있는 외부환경 때문이다.

 절대 침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식되던 경영권에 대한 마인드가 공개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확대된다는 점이 경영 아웃소싱의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경영에 대한 중요성을 입증하듯 경영컨설팅 시장이 확산되고 탁월한 CEO 영입 경쟁이 이제 국내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경영 아웃소싱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벽이 높다. 기존 컨설팅 업체들이 아직도 이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은 들어가는 것에 비해 나올 것이 별로 없는 수익성의 문제 때문이다. 메이저 컨설팅 업체가 참여하지 않는 한 시장이 성숙되기는 어렵다. 또 아직까지도 잔재하고 있는 사용자들의 아웃소싱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희석시킬 만큼의 시간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홍대현 상무는 “아직 검증되지 않고 시작인 만큼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과의 트렌드를 비교해 볼 때 국내서도 조만간 경영 아웃소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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