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불법복제 이대론 안된다

◆이원술 손노리 사장 passman@sonnori.co.kr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e메일을 확인하는데 그 중에는 스팸 메일이 다수 포함돼 있다. 그 가운데는 불법 소프트웨어 판매에 관한 메일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우리 회사의 게임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그런 메일을 버젓이 보내는 사람도 문제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극단적인 얘기지만 살인 청부업자가 e메일로 일거리를 달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중국과 대만을 다녀온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화나 음반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들이 정품처럼 버젓이 판매되는 것을 보고 놀라면서 중국의 저작권 침해문제의 심각성을 자주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그럴 자격이 있는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환경을 구축한 우리나라에서 불법 복제 소프트웨어가 버젓이 돌아다니며 누구나 쉽게 무료로 불법 콘텐츠를 손쉽게 구하고 그것들을 정겹게 나눠 갖는 모습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지난 9월 등장한 PC게임 ‘화이트데이’의 경우 출시된 지 하루 만에 복제된 게임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됐다. 3년간 6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투입하며 개발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결국 이 게임 제작사는 불법 유포자에 대한 고소를 결심하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리게 됐다.

 과거에 한 유통사에서 게임을 불법 유포한 중학생을 고소했다가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고 그 이후에는 게임 업계에서는 불법 복제에 관한 개인 고소는 금기시되었던 부분이었지만 이번에 우리는 기업 이미지 손상을 감수하고서라도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이에 대해 우리는 부정적인 파장이 더 많을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유저들의 인식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기본 마인드가 바뀌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와레즈 사이트나 P2P 공유 프로그램에서는 아무 꺼리낌없이 불법복제품이 오가고 있으며 현재는 이런 불법 유포가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매우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뿐만 아니라 MP3, 영화 등 모든 지적재산권을 가지고 있는 문화 콘텐츠를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국내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국내 시장을 보는 눈도 그다지 곱지 않은 실정이다. 불법복제 천국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 것이다.

 불법복제를 야기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저작권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너무 낮다는 데 있다. 기성세대들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m세대들에까지 그같은 것을 되물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제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사법부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저작권 침해 사건을 단순히 민원 사건으로 처리해서는 내일을 기대할 수 없다.

 국내 게임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지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 상황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을 사지 않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다. 하지만 아무리 질이 떨어지고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상품으로서 가치는 있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권리는 없다. 불법복제를 이대로 계속 방치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세계시장에서 영원히 ‘3류’로 평가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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