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내내 일감부족에 시달려온 드릴·매스램 등 PCB 외주가공업계의 주름살이 펴지고 있다.
9월들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국내 PCB경기는 10월들어 호황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이달에도 주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 이처럼 국내 PCB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들어서자 주요 PCB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처리해온 드릴·매스램·도금 등의 공정을 외주 전문가공업체에 외뢰하는 비중도 최근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천·천안에서 드릴 공정을 전문으로 처리하는 대일전자의 이무호 사장은 “지난 8월까지는 조업 가동률이 50%선에도 못미쳤으나 이제는 80% 이상의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10월들어서는 드릴 외주물량 증가추세가 눈에 보일 정도로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월공단에서 드릴 외주가공처리 사업을 하는 테코스의 이해석 사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주요 거래선인 삼성전기·코리아써키트·LG전자·코스모텍·엑큐리스 등으로부터 받아오는 드릴 물량이 10월부터 급격히 늘어 이제는 한숨 돌리게 됐다는 것.
대덕전자의 물량을 처리하는 영택이나 LG전자 청주공장에서 나오는 가공물을 처리하는 제니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LG전자 관계자는 “10월들어 제니스로 나가는 드릴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제 국내 PCB경기는 바닥을 치고 반등추세로 돌아섰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강조했다.
올초 매스램 설비를 확충했으나 일감부족으로 거의 설비를 놀리고 있던 두산전자BG 공장도 이제는 매스램용 프레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공장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대덕전자·삼성전기 등 대기업으로부터 주문량이 늘어 라인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단계까지 접어들었다”면서 “세계 PCB경기 추세가 지금처럼 상승곡선을 그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PCB 및 외주전문처리업체 모두를 들뜨게 하는 이같은 경기가 앞으로 지속될지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선 세계 정보기술(IT)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보이기 않기 때문. 대덕전자 관계자는 “9월들어 0.94까지 치솟았던 PCB 주문대출하(BB)율이 10월들어 다시 0.86으로 떨어지고 있어 세계 PCB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진입했다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면서 “그러나 세계 주요 IT기업의 재고가 거의 바닥났고 반도체 수요도 이제 바닥을 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 PCB경기는 상승추세로 돌아섰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스램 전문업체 대원전자의 석상철 사장은 “메모리모듈용 매스램의 물량감소로 여름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최근들어 일감이 밀려들기 시작, 활기를 되찾고 있다”면서 “윈도XP 출시. 디지털가전, 중국 휴대폰 특수 등이 국내 PCB경기를 좌우할 3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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