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열풍 다시부나>(하)개인투자는 잔가지, 장기 안정자금 유입 유도해야

개인들의 투자조합 출자에 대한 찬반양론이 비등하다.

 어려운 상황에서의 새로운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돌파구냐, 분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위험한 도박이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들의 투자조합 출자 바람이 불던 지난 99년 한국기술투자,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 코미트창투 등이 수천억원대의 자금 공모에 성공했다.

 이 중 4000명이 넘는 조합원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기술투자의 경우 갑자기 불어닥친 벤처거품론으로 조합 손실이 발생하자 원금보장을 주장하는 조합원들과 심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조합 만기도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기술투자는 일반 조합원들에게 전무후무한 원금보장 약속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99년 9월 400여명의 조합원들을 모아 45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던 와이즈내일인베스트먼트의 경우는 높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 조합원 관리로 고생하고 있다.

 연 37%의 수익을 약속, 5년간의 조합 만기시 500%의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04년 10월이 만기인 이 투자조합은 결성 1차연도 25%, 2차연도 30%의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37%의 약속에 못미친다는 조합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같은 시기 결성된 뮤추얼펀드에 출자했을 경우 원금의 절반도 건지기 힘든 상황에서 연 25∼30%는 경이적인 수익률이지만 개인 조합원들의 경우 이같은 설명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는 연 37%의 높은 수익률을 장담했던 실수를 곱씹으며 2∼3개월에 한번씩 조합원 IR를 실시하고 조합원 전용 게시판(BBS)을 운영하며 조합원들을 달래고 있다.

 지난 99년 개인출자자들을 모았던 다른 벤처캐피털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조합운영보다는 조합원 관리에 더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조합 모집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개인 출자금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벤처캐피털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를 시행하기에는 부적합한 자본인 셈이다.

 이같은 우려 때문에 관할기관인 중기청에서는 개인대상 공모 자제를 창투사들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문제 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창투사들의 불만도 만만치 않다. 벤처캐피털 중에서도 KTB네트워크와 같은 신기술금융사들은 아무런 제약없이 공모를 실시하는데 창투사에만 제약을 가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특히 법적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관할기관이라는 우월성만으로 제재를 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중기청에서는 창업지원법상에 창투사들의 공모에 대한 관련규정을 만들 것을 검토중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은 매월 투자상황을 점검하기도 하고 투자결정시 일정 정도의 의사결정권도 행사하고 있지만 개인들은 기본적으로 업무집행조합원이 투자조합의 운영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여건 및 능력이 부족하다”며 이로인한 문제발생 소지가 항상 잠재돼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공모를 통해 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투자조합에 참여시키는 것은 벤처투자조합의 성격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털업체의 한 관계자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유입이 정석 투자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며 “하지만 기관 등 다른 출자자들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개인 대상 공모는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인 대상 공모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공모과정이나 공모후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차선책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협회 이부호 이사는 “연기금과 같은 장기·안정적인 자금이 유입되면 벤처캐피털들의 개인 대상 공모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차라리 창투사들의 일반 공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후관리를 강화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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