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만도공조 황한규 사장

  가전업계에서는 만도공조의 황한규 사장(54)을 ‘김치냉장고의 산파’라고 부른다.

 지난 95년 만도기계 시절에 김치냉장고 ‘딤채’ 브랜드를 세상에 처음 내놓아 지금은 가정주부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가전제품의 간판 브랜드로 올려놓은 1등공신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냉장고 ‘딤채’가 첫선을 보인 지 6년만에 올해 1조원대 규모로 고속성장하는 데 있어 만도공조가 끼친 기여도와 숨은 노력은 이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LG전자와 삼성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처음엔 어려움이 꽤 많았습니다. 개발 당시 업계에선 ‘딤채’의 성공가능성에 회의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 시장조사 결과도 비관적이어서 내부적으로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비등했습니다. 소비자의 니즈(Needs)를 파악해 제품을 개발하는 게 상품개발의 당연한 원칙이었니까요.”

  당시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장으로 재직중이었던 황 사장은 “그러나 오히려 소비자의 니즈를 창출한다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고 과거를 술회했다.

 서양음식 문화의 저장을 위해 개발된 일반 냉장고와 우리 음식문화가 궁합이 잘 맞지 않은데다 우리 전통의 음식을 효과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선 다른 냉각방식이 적용된 한국형 냉장고가 꼭 필요하며 이것은 대박을 터트릴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황 사장은 혹서·혹한·진동 등 극한 환경속에서도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 자동차용 에어컨을 생산하는 만도의 냉동공조 전문기술력이라면 이러한 한국형 냉장고를 개발하는 데 있어 문제점을 해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확신했다.

 또 만도공조의 모태인 만도기계가 자동차부품회사여서 주문자상표부착방식으로 생산판매하다보니 일반 소비자와 접촉할 수 있는 품목이 없었다는 것과 94년 가정용 에어컨을 출시했지만 계절적인 제약이 있는 에어컨만으론 공장운영을 반쪽만 가동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도 김치냉장고를 개발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원인이 됐다.

 “온풍기·자판기·보일러 등 여러가지 겨울용 생산제품을 개발해보았지만 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엔 에어컨을 겨울엔 김치냉장고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형태로 공장 운영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자동차부품만을 전문적으로 생산·납품하던 기술 중심의 회사에서 에어컨·김치냉장고 등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시장 중심의 회사로 변신하기 위해 고생끝에 김치냉장고를 선보였지만 만도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은데다 ‘딤채’ 브랜드도 소비자에게 낯설다보니 시장 진입에 어려움이 많았다.

 “주로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다보니 모두가 마케팅엔 그야말로 문외한들이었죠. 그래서 직원들은 물론 자신도 마케팅 관련 책자를 싸들고선 마케팅 교육기관을 찾아가 마케팅의 ‘마’자를 처음부터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황사장은 “이러한 노력끝에 나온 마케팅전략이 구전마케팅이었다”며 대대적인 광고공세로 인지도를 단기간에 높이는 전략보다는 대규모 주부평가단을 조직해 ‘김치냉장고를 살때는 옆집에 물어보고 딤채를 사라’는 입소문을 퍼뜨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만도공조는 끊임없이 구전소재를 개발하고 판촉활동을 전개해 딤채라는 브랜드가 주부들의 입에서 떨어질 날이 없게 했다. ‘딤채계’의 자연스런 조직과 시부모님을 모신 며느리와 선생님을 대상으로 판촉을 벌였다.

 또한 제품품질에 이상이 발생하면 제품교환은 물론 그로 인해 변질된 음식물 가격도 함께 보상해주는 포괄보상제도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고 용량이 적어도 소비자들이 딤채를 구매하게끔 유도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 출시한 한해동안 4000대밖에 안팔리던 것이 다음해 들어선 5배 성장한 2만대가 팔리는 등 김치냉장고 판매량은 매년 20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 만도의 딤채는 80% 이상의 선호도와 60% 이상의 시장점유를 기록하고 있다.

 ‘딤채’를 사용해보니 실제로 김치를 맛있게 숙성시켜주고 그 개운한 맛을 장기간 보존해준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직접 체험하게 한 것이 직접적인 성공의 배경이었던 셈이다.

 황 사장은 “딤채의 보급 확산에 구전마케팅도 기여했지만 무엇보다 냉장온도 편차를 1도 이내에서 유지하는 정밀 온도제어기술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경험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치맛의 제맛을 내면서 숙성보관시키는 최적의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1만접 이상의 김장을 공장에서 담궜다. 여기서 0도에서 영하 1도 사이에서 김치를 보관해야 김치의 맛을 제대로 살릴수 있고 김치숙성과 저장의 최적온도를 설정하는 매트릭스 알고리듬을 얻었다.

 “경쟁사들은 김치냉장고의 하드웨어적인 기술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반면 만도공조는 과학적으로 풀기 어려운 김치맛 즉 감성을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김치냉장고 딤채를 선보였습니다. 그래서 경쟁업체들이 ‘딤채’를 분해해 기술원리를 캐낸다 하더라도 이러한 경험은 모방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딤채가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한 황 사장의 답변이다.

 황사장은 “서구기술로 만든 일반냉장고의 냉장 온도편차가 10도에 이르는 것과 비교할때 1도 이내의 냉장온도제어기술은 우리나라만 보유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이며 세계적으로도 적용범위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며 이 기술력을 기반으로 가전사업의 다각화를 계획하고 있다.

 만도공조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올해 매출 목표 8600억원 가운데 73%를 차지하는 가전사업(가정용에어컨·김치냉장고)의 품목을 다양화함으로써 자동차 부품회사의 이미지를 씻고 소비자 중심의 회사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하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신제품개발팀에서 직접 냉각방식 기술을 활용해 과일·와인 등 신선제품·발효식품을 장기 저장하는 신제품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고 김치냉장고와 같은 히트상품을 만들어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진출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시장성이 희박하다며 고개를 흔들며 포기하던 김치냉장고 사업을 만도공조는 스스로 개발해 가전의 대표 품목으로 키웠습니다. 이러한 성공담과 자신감은 어떤 기업도 갖고 있지 못한 만도공조만의 귀중한 자산입니다. 성공한 사람만이 성공하는 법을 압니다. 조만간 제 2, 제 3의 ‘딤채’가 나와 저희를 키워주신 고객들을 다시 한번 감동시키겠습니다.”

 

 <약력>

 △47년 서울 출생 △69년 성균관대 경제학과졸 △88년 만도기계 기획실장 △93년 만도기계 위니아 영업부문장 △95년 만도기계 아산사업본부장 △98년 한라그룹 기획실장 △99년 11월∼ 현재 만도공조 대표.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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