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채권단의 자금지원 결정에 힘입어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이제부터다.
하이닉스가 채권단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속절없이 기업을 정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3조원을 웃도는 돈을 출자전환하고 신규 대출 약속을 받음으로써 기사회생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이닉스가 이런 자금지원을 받아야 하는 것은 그만큼 사정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채권단의 하이닉스에 대한 자금지원이 하이닉스의 위기는 일단 모면시켰다 하더라도 대국적인 시각에서 볼 때 이 결정이 잘한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자금지원 결정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득이 되는 것인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안고 있는 부채 규모가 워낙 큰 상태에서 그 일부를 유예하거나 탕감해준다고 해서 그 자체로 기업이 곧 건실해질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하이닉스가 당장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회사를 정리라도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것이 국가 경제에 미칠 부작용이 얼마나 엄청날지 짐작하기 쉽지 없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성급한 진단일 수도 있겠지만 하이닉스가 잘못될 경우 우리가 제2의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까지 제기하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돈줄이 막혀 하루 하루를 넘기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채권단이 차일피일 그 결정을 미룬 것은 그만큼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이제 심사숙고 끝에 채권단의 결정은 내려졌고 하이닉스는 다시 한번 기회를 얻었다. 따라서 이제 하이닉스는 최선을 다해 부실의 원인을 털어내고 하루 빨리 회사를 정상화하는 것이 과제다.
하이닉스의 부실은 근본적으로 자금난에서 비롯됐다. LG반도체의 무리한 인수로 부채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하이닉스는 부실의 원인인 자금난을 채권단의 자금지원 결정으로 당분간 큰 걱정은 덜었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무려 6500억원 가까이 되는 큰 규모지만 내년 이후까지 버틸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
때문에 하이닉스는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하이닉스도 희망은 있다. 현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헤매고 있으니 그것이 회복되면 매출 증대로 이어져 금세 자금 사정이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회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보면 그밖의 회생책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것은 결국 기업의 경영합리화와 일부 시설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일 것이다. 경영합리화를 통해 생산원가나 비용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하는 것은 모든 기업에 필요한 일이지만 특히 하이닉스에게는 더욱 절실할 것이다.
또 그동안 외국 업체에 대한 일부 공장 매각도 적극적으로 추진, 유리한 조건에서 성사시키는 것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반도체산업은 대대적인 투자를 요하는 만큼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일부 설비를 매각한다면 유용한 투자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이 헛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자구노력으로 하루 빨리 하이닉스가 정상화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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