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열린 펜타시스템의 월례조회에서 장종준 사장의 특별한 주문이 떨어졌다. ‘건강이 중요하니 몸부터 챙기라’는 이례적인 주문을 한 것. 올 2월 취임 당시 ‘모든 일을 제쳐두고 업무에 매진해달라’고 부탁하던 기조와는 사뭇 달라진 내용이다. 최근 몇몇 직원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사적으로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기 때문이다.
IT업계에 건강 비상령이 떨어졌다. 장시간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나타나는 손목관절염, 목·어깨 통증, 허리 디스크 등 전통적인 ‘직업상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IT 종사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게다가 연말 매출마감을 앞두고 지난달부터 막판 밀어내기가 시작되면서 과도한 음주와 스트레스로 건강이 더욱 위협받고 있는 것. 경기침체에 따른 고용의 불안정과 심리적인 위축 등도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엔코아정보컨설팅의 경우 이화식 사장 이하 상당수의 직원들이 관절염이나 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 고객사의 촉박한 시스템 오픈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장기간 밤샘 개발을 강행하다보니 손·허리·목 등에 무리가 생긴 것. 물론 엔코아는 프로젝트 주문이 늘 밀려있어 눈코뜰새 없이 바쁘기 때문에 생긴 ‘행복한 고생(?)’이긴 하지만 장기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컴퓨터통신의 경우도 강태헌 사장과 민종기 이사가 허리 디스크 등으로 장기 치료받은 경험을 갖고 있으며 티맥스소프트의 CTO인 박대연 KAIST 교수도 허리 및 목디스크로 통원 치료를 받는 등 임원급의 건강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 때문에 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다양한 계획을 잡고 있는 IT업체들이 늘고 있다.
펜타시스템의 경우 사장의 특별 지시에 따라 현재 총무·인사팀에서 체계적인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다시 짜고 있다. 정기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전날 무리를 한 직원에 대해서는 출퇴근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맥인포텍은 직원과 가족을 위한 4대 보험 가입에다 체력단련비를 지급해 건강관리를 지원하고 있으며 이밖에 몇몇 IT업체들도 직원들에게 스포츠센터나 휘트니스센터 비용을 일부 지급하며 건강 챙기기를 독려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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